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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용산 참사로 죽은 영혼을 위해
  • 김창규
  • 등록 2016-02-12 12: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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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용산참사 7주기 추모위원회)



용산 참사로 죽은 영혼을 위해


망루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리고

불길이 하늘로 치솟으며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물대포와 최루액이 쏟아지는

기적소리도 잠이든 추운 겨울의 밤입니다

남편과 이웃 형제들이 한꺼번에 죽었습니다

지옥의 사자들이 용산 남일당 다섯 명의 사람들을 

비참하게 짓밟고 데려갑니다


거기 사람이 있는데 죽도록 쏘아대는 물대포와

폭력만이 선한 것처럼 포장되어 눈에 비칩니다

천사의 탈을 쓴 괴물이 사람을 죽입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망루를 집어 삼켜버렸습니다


권력을 쥐고 있는 것들이 가장 잔인하게

양심적인 인민을 학살합니다

신은 지구를 떠나 다른 별에 외출중입니다

기도하고 또 간절하게 호소하였는데

남편은 다섯 명의 사람과 함께 먼 길을 떠났습니다

젊은이 한 사람은 아무런 관련 없이 따라와

저승길을 함께 가면서 억울하다고 하는데

정말 분노 하는 것은 생존권을 사수하다

망루에서 죽은 우리들입니다


분노하고 또 분노하였지만 악마의 종교가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 미친놈에게 축복을 더하고

모든 생명 있는 강들을 저주하는데

용산참사는 그냥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현실로 남았습니다

검은 상복을 입은 여인들이 전국 성당을 돌며

호소하고 또 호소했건만 아직도 절대자는 응답하지 않았고

안중근 의사는 테러리스트가 되고

친일파와 독재자의 망령이 부활을 하였습니다


학살자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는 나라

고문기술자 성직자가 되고 악마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정의로운 망루의 파수군은 새벽을 잃어버렸습니다

화려한 십자가 아래 거짓의 사랑, 소망만이 빛납니다

하나님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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