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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편지 : 아빠의 어깨는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 이아름
  • 등록 2015-04-14 20:01:19
  • 수정 2015-05-11 1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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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4일 화요일 51일차.


정읍 왕심 삼거리에서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아빠와 함께 절을 해주신 아주머니께서 아빠를 안고 흐느낍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냐고.

하지만 아빠는 울지 못합니다.

잠시후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아빠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아빠의 어깨는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빠가 언제 울었었는지.

승현이를 기다리는 15일 동안에도 아빠가 운 모습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신부님은 말합니다.

아빠가 승현이 얘기를 해야 한다고.

우리 아빠는 승현이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울지도 않습니다.

아빠가 죽기 전에 언제 한번쯤 승현이 얘기를 마음 껏 할 수 있을까요.

언제 한번쯤 실컷 울 수 있을까요.

아빠는 이제 승현이의 제사를 준비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제사가 아닌 우리 승현이의 제사를 지내야 하는 아빠가 정말 불쌍합니다.

아빠의 제사가 아닌 우리 막내 승현이의 제사를 지내야 하는 제가 참 안됬습니다.

그리고 그걸 견뎌야 하는 우리 동현이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제야 승현이 누나로 살고 있지만 우리 아빠는 제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승현이의 아빠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태어날 때 부터 승현이의 누나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가 아빠를 키운 것처럼 아빠도 우리를 그렇게 키웠습니다.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도 우리가 꿋꿋하게 잘 살아갈 수 있게 강하게 키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걱정은 모르고, 아빠의 사랑만 보고 자란 큰 딸은 아직도 아빠만 바라봅니다.


우리 아빠는 저와 동현이가 없었더라면 벌써 죽었을 겁니다.

이제 승현이만 대학 보내면 되겠다고 좋아하던 아빠 였습니다.

어린 승현이와 동현이를 품에 안고 애들을 키우다 죽는 한이 있어도

내 손으로 잘 키우겠노라고 눈물로 우리를 키운 아빠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잘 자랐고 승현이만 남았었습니다.

그런 승현이가 이제는 아빠의 하늘이 되었네요.

어떻게 승현이의 사진을 보며 아빠와 제가 절을 할까요.

광화문까지 가면 그 곳엔 뭐가 있을까요.

승현이만 있으면 되는데 그 곳에 승현이가 있을까요.

아빠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승현이가 너무 듬직하고 예뻐서 찍은 이 사진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할지 누가 알았을까요.

승현이의 제사도 지내주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던 팽목에서의 날들이 스쳐갑니다.

승현이를 다시 만났지만 여전히 아빠와 저는 승현이가 미치게 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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