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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주인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 이원영
  • 등록 2023-12-14 15: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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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대회'를 상상하다


▲ 효고현을 경유해서 오사카까지 가는 코스


▲ 행진 정보를 표로 만들어서 일본 동지들에게 미리 공유하였다.


▲ 니시노미야역 앞에서 ⓒ 이원영


▲ 고베를 지나 오사카로 가는 행진단 ⓒ 이원영


▲ 코믹한 풍자 그림 ⓒ 이원영


▲ 아름다운 모래강도 보인다. 우리가 복원하려는 4대강도 원형이 이와 가깝다. ⓒ 이원영


위정자의 잘못된 행적을 바로잡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2016년 가을의 촛불혁명 때 군부가 책동하려다 포기한 것도, 1980년대의 시민들의 처절한 투쟁과 그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도 묘사되고 있는 군부쿠데타로 집권해봤자, 결국에는 시민의 힘에 가로막혀 좌절된다는 역사적 사실이 7년 전의 촛불혁명을 받쳐주었다.


4대강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는 '4대강 재자연화'라는 커다란 과제가 아직 남아있다. 자본권력이 휘두른 커다란 과오를 식자들이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과오가 반복될 것이다. 오염수 문제와 같은 일본 정부의 커다란 판단 착오를 민중이 저지하지 않는다면, 더 큰 만행이 저질러질 수 있다. 일본의 위기는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이런 일본 정부의 과오를 미국이 용인하고 핵 정책을 오판하고 있다면, 지구촌의 시민이 침묵해서는 안 된다. 더 큰 오판이 저질러지기 전에 맞대응 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행진도 그 위기의식의 하나다.


▲ 오사카 직전의 아마가사키역에 도착하니 많은 동지들이 기다리고 있다. ⓒ 이원영


▲ 아마가사키역에서의 기념 사진 ⓒ 이원영


▲ 오사카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키타타상 부부. 그의 부인은 재일동포다. ⓒ 이원영


▲ 이 부부의 아파트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거기서 묵으면서 오사카시내를 조망한 장면. ⓒ 이원영


▲ ”방사능의 독(毒)은 아무리 희석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해양 투기는 국제법 위반 = 인류에 대한 범죄다! 용서 못한다. 반전(反戰) 타이거스 효고 키타다 마수오2013. 8. 11” ⓒ 이원영


▲ 영화관련업에 종사하는 어느 재일동포가 소식을 듣고 응원금을 전달해왔다. ⓒ 이원영


▲ 오사카 칸자키강을 건너면서 ⓒ 이원영


▲ 다리 위 기념사진 ⓒ 이원영


▲ 오사카 우메다역에서 환영해주는 시민들 ⓒ 이원영


▲ 오후 휴식시간 모모타니코우엔역 부근에서 우연히 만난 독일 모녀가 필자의 티셔츠를 보고 엄지척을 올리면서 사진을 찍고 싶단다. ˝Nuclear is Over˝라는 글자다.ⓒ 이원영


▲ 오사카 우메다에 모인 동지들과 함께 시가 행진을 시작한다. ⓒ 이원영


▲ 교토로 가는 행진 ⓒ 이원영


▲ 이 지도는 교토를 거쳐 나고야에 이르는 코스다. ⓒ 이원영


▲ 교토로 가는 길목의 타카스키에서 함께한 동지들 ⓒ 이원영


▲ 미토 키요코상은 일본의 대표적인 탈원전 인사중 한 분이다. 한국의 부안 삼척의 탈핵운동도 지원해오셨던 분이다. 저명한 반핵물리학자인 그녀의 부군이 작고한 후 오랫동안 원전반대활동을 해오셨다. 노구를 이끌고 미토 키요코상은 상당한 거리를 함께 걸었다. ⓒ 이원영


▲ ˝갈망한다! 핵 없는 세상을 자식들에게.우선 유해무익한 원전을 멈추겠다! 이원영 상과 함께! 2023.9.11 오사카 미토 키요코˝ 타카스키에서 만났을 때는 메세지를 받지 못했다가, 뒤늦게 도쿄에서 이 분으로부터 메세지를 받았다. ⓒ 이원영


▲ 아키요시 상은 다섯 번째쯤 참가하는 중이다. 대단하신 열정이다. 이분에게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방류는 일본을 가해국으로 만드는 것이다. 2023.8.14 아키요시 쇼이치˝ ⓒ 이원영


▲ 재일동포 김항승님은 간사이 지역을 지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미나마타병의 교훈을 벌써 잊었나요? 장래 피해를 알았을 때는 너무 늦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절대 안돼.2023.8.12 김항승˝ ⓒ 이원영


▲ 고히가시 상은 간사이 지방 내내 자신의 근무시간을 제외한 아침저녁으로 필자를 환대하고 안내해 주셨다. 여간한 정성이 아니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부탁했다.˝핵은 독, 핵은 악! 오염수 버리지 마! 고히가시유카리˝ ⓒ 이원영



▲ 교토의 동지들이 `반원전` 구호가 새겨진 커다란 장대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하고 있다. ⓒ 이원영


▲ 몇 주 전부터 필자의 행진과 함께하는 교토집회의 공지문이다. ˝방사능오염수 버리지 마! 8.13 교토행동(미니집회와 데모)˝라는 구호 아래 상세한 행진코스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 8월13일 오후 4시 반 교토역 인근의 작은 공원 행진에 참여할 동지들이 모였다. 참여 예상인원 40명을 훌쩍 넘긴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 이원영


▲ 이 행진을 주관한 기하라상으로부터 시민들이 모은 응원금을 받는 필자. ⓒ 이원영


▲ 행진 출발 전 기념사진 ⓒ 이원영

8월13일 일요일 오후 4시 반이 지나서 교토역 서쪽 공원에 도착하니 많은 시민이 행진하기 위해 모여있다. 필자는 출발 전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교토시민이 행진하면 바꿀 수 있다>


안녕하십니까. 서울에서 걸어온 이원영이라고 합니다. 


걸어오는 동안 행진을 보던 많은 시민들이 호응해 주었습니다. 차 안에서도 마주 손을 흔들어줍니다.


가령 어느 마을에서 야구 놀이를 하는 소학생들은 한국에서 온 나그네가 걸어가는 이유를 알아차렸습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무엇이 진실인지 압니다. 헤어져서 한참을 걸어가는데 그중 한 명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먹을 것을 전해주었습니다. 저는 감동했습니다. 아이들도 응원하는 행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국제사회가 고장 났습니다. 지금 지구촌을 끌고 가야 할 강한 나라들이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UN은 만들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원자력진흥기구인 IAEA가 언제부터 주인행세를 했는가요? 미국이나 UN이 방관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지구를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이젠 지구촌 주인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합니다. 민중이 행동으로 나서서 합니다. 이번 한일시민 도보행진은 그 걸음의 하나입니다. 교토는 일본의 양심 보루입니다. 저는 교토시민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국제적인 민중의 연대가 본격적으로 진전되는 과정에서 교토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지금은 행동으로 그 길을 보여줄 때입니다. 행동으로 뜻을 모아 일본 정부를 좌절시켜야 합니다.


걸어오면서 외쳤던 구호를 외치겠습니다.


함께 외칩시다.

오센스이 나가스나! (오염수 흘리지 마)

오센스이 스테루나! (오염수 버리지 마)


▲ 100여명이 행진을 시작하자 교토 시내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 이원영


▲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현수막을 펼치고 필자가 행진 대열에 앞장서서 교토 시내를 걸어가고 있는 장면. ⓒ 이원영


약 두 시간에 걸쳐 100여 명이 교토 도심을 가로지르는 행진이다. 가두에 선 시민들의 호응이 놀랍다. 특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엄지척을 올리는데 서슴지 않는다. 행진 내내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환호하는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듯 행진한다. 주최 측의 요청으로 필자는 행진 중 간간이 발언하고 나가야 상이 즉석에서 통역하면서 발언 내용이 가두에 퍼졌다. 그러면 그때마다 시민들의 호응이 있다. 즐겁고도 놀라운 체험이었다.


▲ 교토에서의 행진은 일본 시민들의 가능성을 보게 해준 중요한 체험이었다. ⓒ 이원영


다음의 동영상은 백여 명의 시민이 약 두 시간에 걸친 시내 행진을 마치고 교토시청에 도착할 무렵의 행렬 뒷부분의 모습을 잠깐 촬영한 것이다.

▲ 시가행진을 마치고 교토시청 광장에 모여서 마무리 행사를 한다. ⓒ 이원영


교토시청 앞 넓은 광장에서 마무리하면서 필자는 중요한 하나의 가능성을 상상하였다. 그것은 교토에서 '세계시민대회'가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다. 가두행진에서 보인 외국인들의 뜨거운 반응과 함께 다가왔다.


교토는 '교토의정서'라는 국제적인 규약을 만들어 낸 곳이기도 하고, 관광명소로 지구촌 주민으로부터 관심이 모이는 장소라는 장점들이 이번 행진을 통해 상기되었다.


만약 이곳에서 그런 '세계시민대회'가 열린다면, 그때 그 자리에서 핵오염수를 반대하는 지구촌 주민의 선언서를 채택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의지를 지구촌과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상상이다.


▲ 교토에서 멋지고 장엄한 행진을 주관한 기하라 상. 교토의 대학교수 출신으로서 그의 리더십은 탁월했다. 80세의 그에게 감사드리면서 메시지를 부탁했다. “천재는 잊었을 때 온다. 인재는 속았을 때 온다. 우리는 정부나 도쿄전력의 비과학적·비인도적인 궤변에 속지 않는다. 2023.8.14기 하라 쇼린˝ ⓒ 이원영


그의 발언을 다시 새겨본다.  


“천재는 잊었을 때 온다. 인재는 속았을 때 온다. 우리는 정부나 도쿄전력의 비과학적·비인도적인 궤변에 속지 않는다."


국토미래연구소장



[필진정보]
이 글은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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