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한 한국 가톨릭 교회 정책 질의서’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변을 공개했다.
주교회의는 지난 2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질의서를 보냈으며, 질의서는 생명, 인권, 언론, 경제, 정치, 노동, 농업, 생태보호, 평화증진, 장애인, 청소년, 여성, 이주민, 난민 등 제 분야로 이뤄진 60개 항이다.
이에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심상정 후보가 답변서를 보내왔으며 안철수 후보는 답변서를 보내지 않았다.
주교회의는 정책 질의의 취지에 대해 ”가톨릭 신자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공동선에 부합하는지 올바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민주화와 기본소득
경제 민주화에 대한 견해와 이를 위해 가장 우선 시행해야 할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재명 후보는 실질적인 경제민주화를 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준비한 정책 기조는 ‘공정성장’이다. 후보의 경제정책 기조인 ‘전환적 공정성장’의 두 뼈대가 전환성장과 공정성장이며, 전환성장은 디지털 대전환, 에너지 대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물적, 제도적, 인적 인프라 확충에 선투자하고 핵심 기술역량과 신산업을 집중육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기본소득, 기본금융, 기본주택 같은 경제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정책들,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법, 전국민 고용보험·산재보험 같은 안전망, 납품단가 연동제 등과 같은 시장 주체간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조치들, 지역간·경제주체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정책들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소득분배를 단순히 가진 사람에게서 빼앗아 저소득자에게 나눠주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장과 사회변화의 상호작용 속에서 다면적, 심층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하며, 독과점 규제나 갑의 횡포로부터의 보호 역시 공정혁신경제수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엄정하게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후보는 새롭게 독점 세력화 하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독점 방지를 위한 법안 제정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기존 재벌에 집중된 경제 체제 해소 위한 계열 분리, 기업 분할 명령제 도입,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체제 마련 위한 초과이익공유제 등의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소득 재분배를 위해 최고임금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 후보는 ‘기본소득’에 대해 각각 다른 의견을 나타냈는데,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을 찬성하며 그에 대한 정책 공약으로 전국민 보편기본소득 추진, 청년기본소득 지급,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지급, 농어촌기본소득 지급, 아동수당 확대, 청소년 수당 신설, 장년수당 지급을 내세웠다.
윤석열 후보는 기본소득에 반대하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지만 경제나 복지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가 축소될 수 있는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후보는 시민의 사회적 역할을 지원하는 ‘범주형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에 모두 ‘동의’
윤석열 후보,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는 동의하지 않아
사법개혁에 대해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찬성했다. 이재명 후보는 사법개혁 위한 정책 공약으로 법원행정처를 개혁하고 법원에 대한 국민평가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심상정 후보는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해체와 법원 민주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다양성 보장, 전관예우 근절과 법조비리를 척결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사법 재판, 행정 관련 업무에 비해 소수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어 있는 문제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재판에서도 국민 참여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검찰개혁’ 관련해서는 세 후보 모두 찬성했다. 이재명 후보는 검찰개혁을 위해 “수사와 기소 분리, 재정신청제도 개선, 수사절차법제정 등”을 정책공약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후보는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남용했으며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현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밀어붙이면서 수사시스템과 역할분담에 대한 고민 없이 사건처리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국민 불편이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현행 수사체계를 유지하면서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와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로 절차를 단순화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국가수사체계를 개편하여 국가 범죄수사 체계 개편 완수 위한 국회 추진기구 설치, 공수처, 검찰의 수사권 통제 위한 옴부즈맨제도 도입, 공수처 수사권과 기소권 일치 및 수사대상 축소 등의 입장을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 “사회적 합의” 필요해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중요하다고 밝히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국회 심사과정에서 종교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종교단체 등과의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적 지향에 관한 사항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므로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종교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이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이미 부문별로 차별금지 관련 법안과 제도가 존재하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따로 떼어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포함된 내용 중 노력을 통해 차이를 만들어낸 것(예: 학력 등)과 주어진 것(인종, 차별 등)의 구분이 없어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도 했다.
또한, 성적 지향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생물학적 성의 구별을 부정하게 되면 결혼제도 등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만약 가톨릭교회가 태어날 때의 성별만이 진리이고 이를 사회적으로 인정(차별금지)하지 않는다면, 가톨릭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를 강제치료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라 결국 성소수자의 권리와 존엄은 존중받지 못하고, 성소수자는 인권이 없는 시민이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비혼 동거’와 ‘사실혼’ 등의 법적 가족 범위의 확대 정책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실혼, 가령 노년의 고령 커플이나 아동 양육을 위한 가정위탁가족 등은 가족정책 대상에서 배제, 소외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개정되는 법과 제도는 보다 포용적인 방향에서 국가의 보편적 복지정책에서 소외되거나 차별이 없도록 모든 가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다양한 가족 형태의 보호가 해당 가정의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와 연결된다면 시대흐름상 불가피한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후보는 가족다양성 국민인식조사(여성가족부, 2020년)에서는 혼인,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69.7%가 동의했다며, 다양한 가족에게 차별적인 내용 전반을 정비하는 건강가정기본법의 정비와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 설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 자유는 누구를 위한 자유인가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수준에 대한 각 후보들의 생각을 어떨까. 이재명 후보는 높은 편, 윤석열 후보는 최근 들어 언론사에 대한 차별적 규제, 편파적 예산 지원, 언론자유를 약화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사례 등으로 언론자유 수준이 하락했다고 판단했다.
심상정 후보는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나 국가보안법과 최근의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 등 위해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대중매체와 1인 미디어 등에 대한 자유보장과 공권력의 정당한 감시와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재명 후보는 찬성한다면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누구를 위한 자유냐도 중요한 관점”이라고 밝혔다.
핵심 정책공약으로 신문, 방송사와 언론단체가 참여해 추진 중인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에 기대를 건다면서, 자율규제지만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가 된다면 언론의 횡포를 감시하는 바람직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봤다.
203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폐기
이-현실적이지 않음 / 윤-반대 / 심-2040년까지 단계적 탈핵
203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 폐기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이재명 후보는 203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이 후보의 원전 정책은 신규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가동 중인 원전은 사용기한 내에 안전하게 사용하며 안전을 위해 수명 만료된 원전은 폐쇄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2030년경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전발전단가보다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향후 에너지전환지원법 등 에너지전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원전을 보다 폐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반대한다고 밝혔으며, 심상정 후보는 탈핵기본법 제정을 통해 설계수명 만료 핵발전소는 폐쇄하고 신규 핵발전소 금지를 통해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탈핵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여성혐오범죄 관련 방안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재명 후보는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를 법제화해 성별, 학력, 고용형태, 직종, 직급, 직무, 근속연수 항목을 성별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격차 원인 분석을 통해 해소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노동위원회 산하 (가칭)고용공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직장 성희롱, 성차별 구제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지방고용청 내 고용평등 전담부서를 설치해 성차별, 성희롱 사건의 지도감독 및 진정 처리 추진 등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후보는 ‘채용부터 퇴직까지 성별근로공시제’ 실시, 나이·직급·성별 상관없이 일한 만큼 보상 받는 공정하고 유연한 임금체계로 전환유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제정 등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고용기준 미달기업 패널티 강화로 적극적고용개선조치 강화를 제시했다.
여성혐오범죄에 대한 공약으로, 이재명 후보는 젠더폭력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보호 강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무관용 엄벌, 디지털성범죄 근절 및 불안 해소, 군대 내 성폭력 악습 근절 등 4대 공약을 마련했다.
윤석열 후보는 ‘통합가정법원’을 마련해 아동학대, 가정폭력, 연인폭력 등 가족법과 젠더폭력 관련 형사법 사건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법무부 직속 범죄피해보호국에 ‘권력형 성범죄 조사 및 피해자 구제 특별 기구’를 설치해 조사체계를 구축하고 피해자에 대한 상담, 치료, 법률지원 등을 제공하겠다 밝혔다.
심성정 후보는 가정폭력은 자녀 및 피해자 가족 등을 볼모로 피해자를 협박, 회유 등이 가능하고 재발 위험이 매우 높으나 단순한 ‘가족관계’로 치부됐다며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조 입법목적을 혼인 여부로 규정하지 않고 친밀한 관계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해 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