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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미 주교들에 “낙태만 중요한 문제 아니다”
  • 끌로셰
  • 등록 2021-05-13 19:34:56
  • 수정 2021-05-13 22: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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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사진출처=Vatican Media)


낙태, 안락사 문제에 찬성입장을 보여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최근 일부 보수 미국 주교단이 성체성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그러한 정책은 논란이 될 만한 성격이 있는 만큼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와 주교단과 미국 교회 전반에서 일치보다는 불화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1일 미국 예수회 주간지 < America >< Catholic News Service >가 최초로 보도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Luis Ladaria Ferrer) 추기경의 서한은 미국 주교단 전체에게 보내는 서한으로, 지난달 미국 주교회의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성체성사를 거부하는 입장을 담은 문건을 작성할지를 논의 중이라는 사실을 고지한 것에 대한 답장인 셈이다.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은 일부 미국 주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성체성사 거부를 주교단의 이름으로 공표하려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해당 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서한에서 신앙교리성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생명 관련 이슈에 개인의 선택을 우선시 하여 찬성입장을 표명해온 가톨릭 정치인들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해야한다는 문제가 미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때 이미 제기된바 있다고 밝혔다. 


당시 신앙교리성 측은 일부 미국 주교들의 입장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에 대해 주교단의 일치를 보존하기 위해 주교들 간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라다리아 추기경은 이에 관해 “주교들이 일치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조건 하에서만” 이러한 정책이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신앙교리성은 그러한 정책이 논란이 될 만한 성격이 있는 만큼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와 주교단과 미국 교회 전반에서 일치보다는 불화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처벌 말하기 전에 대화부터


또한, 서한에서는 최근 미국 주교단 일부가 보인 공개적인 성체성사 문건 거부 논의와는 달리, 교황청 측이 이미 지난해에 미국 주교단에 주교들은 물론 해당 정치인들과 충분하고 건전한 대화를 포함한 숙의 과정을 주문한 바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은 주교단과 미국 가톨릭교회의 “일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교단이 교리 문제에 관한 합의를 이루고 이를 토대로 낙태, 안락사 등에 관해 “개인의 선택을 우선하는(pro-choice)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들의 입장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가톨릭 정치인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신앙교리성이 사전에 이러한 극단적 조치에 신중할 것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교들 일부가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자기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성체성사 금지라는 카드를 언급했다고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히 조 바이든을 비롯해 ‘가톨릭 정치인’이라는 특정 인물군을 상대로 한 이러한 ‘제재’에 대해서도 교황청은 “가톨릭 정치지도자들에 관한 주교회의 차원의 입장문은 어떤 한 부류의 가톨릭 신자보다는 모든 신자들이 성찬례를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합당성이라는 더 큰 문맥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조언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무엇보다도 교황청 측은 이러한 성체성사 거부라는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이에 관한 모든 주교들의 진정한 합의”와 더불어 “주교회의의 모든 조항은 각 교구장의 권한과 교황청의 우선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주교회의 차원에서 이러한 문서를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토대로 모든 성직자, 신자들에게 성체성사 거부를 강요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낙태만이 가톨릭 신자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인상 주면 이는 잘못된 방향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일부 미국 주교들이 조 바이든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워싱턴 대교구장 윌튼 그레고리(Wilton Gregory) 추기경은 ‘바이든에게 성체성사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인종차별, 빈곤 등 인류 전체의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문제들을 뒤로 하고 낙태 문제에 ‘집착’하는 일부 주교들의 모습을 두고도 교황청은 “낙태와 안락사만이 가톨릭 신자들이 온전히 책임져야 할 도덕적·사회적 문제라는 인상을 준다면 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다리아 추기경은 미국 가톨릭주교회의 의장 호세 고메즈 대주교에게 조 바이든을 상대로 성체성사를 거부하겠다는 문건을 만들거나 이러한 사실을 공표하기 전에 “다른 나라의 주교회의들과도 대화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관해 < America >는 “신앙교리성의 조언은 분명 미국 주교회의 의장이 염두에 둔 이러한 문건 작성이 서둘러서는 안 될 일이며, 반드시 충분한 시간을 거쳐야 하는 일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며 결국 주교단 전체의 합의가 나오지 않는 한 문건이 발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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