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매체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이 저지른 ‘위안부’ 전쟁 범죄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보도해 화제다.
교황청 매체 < Vatican News > 프랑스어판은 ‘위안부: 일본 정부는 사죄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지난 7일 여성국제전범법정(Women's International War Crimes Tribunal on Japan's Military Sexual Slavery) 20주년을 맞아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협의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문제 사죄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여성국제전범법정은 2000년 12월 8일부터 12일까지 도쿄에서 열린 행사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해 여성을 상대로 한 모든 전쟁범죄를 규탄하기 위해 개최된 행사였다.
교황청 매체는 최근 대한민국 법원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과 함께 “이 한국인 여성들은 1910년부터 1945년 사이 일본의 한반도 강점 당시 일본군에 의해 매춘을 강제당한 바 있다”고 명시했다.
일본 주교회의 정평협 위원장 가쓰야 다이지(Katsua Taiji) 주교는 성명서에서 1991년 한국인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이 일본군의 전쟁 범죄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데 기여했고, 그 결과로 여성국제전범법정에서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고 이를 공개적으로 규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쓰야 주교는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위안부’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성범죄와 관련된 전 세계 미투 운동(#MeToo Movement)과 가톨릭교회의 성직자 성범죄 문제를 거론하며 “성폭력의 실제 상황과 이를 가능케 하고 은폐한 배경이 제대로 밝혀지고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같은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가쓰야 주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가운데 일본 측의 제안으로 양국 정부가 전쟁 범죄인 '위안부' 피해를 기억하기 위해 건립된 평화 소녀상 설치가 저지당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5년 박근혜 정부 하에서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는 그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공개된 내용들 조차도 모두 일본 정부 요구 위주였다.
이를테면 일본 정부는 합의에서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정부 차원의 직접 배상이 아닌 “한국 정부가 전 위안부 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재단 설립을 통해 우회적 배상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심지어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여 끊임없이 논의될 수 밖에 없는 역사 문제를 놓고 “최종적 및 불가역적”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가며 이 문제를 매듭 지으려는 의사를 드러냈다.
가쓰야 주교는 ‘위안부’ 문제가 “국가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가쓰야 주교는 “일본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사실을 숨기거나 그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 범죄라는) 이 부정적인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물려받기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며 “‘소녀상’을 철거하는 대신 일본 정부는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생토록 이러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주교회의 정평협은 ▲일본군 ‘위안부’가 “공식적으로 정부가 허가한 성노예제”였음을 인정할 것 ▲피해자 의사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직접 사과하고 보상할 것 ▲‘위안부’ 문제를 일본 역사에 기록할 것 ▲전 세계 소녀상 철거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일본 주교회의 정평협은 이 가운데서도 “이러한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공개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와 기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