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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2033과 북한
  • 문미정
  • 등록 2019-04-15 18: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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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소설 <메트로 2033>의 결말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편집자주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과 북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두 정상이 통역 없이 같은 언어로 대화를 하는 모습에서 북한과 우리는 한민족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가깝지만 마음의 거리가 너무도 멀었던 북한에 대한 평소 이미지는 독재, 인권유린, 공포였고 한민족이면서 동시에 언제 우리를 침략할지 모르는 적이었다. 대중매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북한 모습은 구걸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꽃제비들과 목숨을 걸고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민들 위주였고 걸핏하면 무력도발을 일삼는, 도저히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모습들뿐이었다.  


그런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세계 외교무대에 등장하면서 보여준 모습은 그동안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신사적인 제스처에 농담을 던지고 인민복 대신 양복을 입고 등장하는 모습은 그를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돌려놓았다. 


이제 우리는 북한에 대해 보다 쉽게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동안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우리의 이미지를 깨고 우리와 같은 사람이 사는 북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 순간 <메트로 2033>이라는 게임이 떠올랐다. 


<메트로 2033>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게임까지 만들어지면서 매니아층에서 인기를 끌었다. 


▲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세상 (사진출처=4A Games)


핵전쟁이 일어나 지상이 방사능으로 오염된 러시아가 배경이다. 생존자들은 오염된 지상을 버리고 모스크바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각 지하철역에 작은 국가를 세우고 살아간다. 그런데 설상가상, 지상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것도 모자라 ‘검은 존재’라는 미지의 존재들이 등장해 인간들은 위협을 당하게 된다. 이때, 주인공 아르티옴이 중대한 임무를 받고 이 같은 위협을 타파하기 위한 긴 여정 길에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모스크바 지하철역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진출처=4A Games)


험난한 여정 끝에(게임에는 여러 결말이 있지만 소설 속 결말로 따라가자면) 결국 자신들을 위협하는 ‘검은 존재’를 없애게 된 아르티옴. 하지만 사실, 이 검은 존재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된 새로운 인류였고 황폐해진 지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생존방식을 택했을 뿐이었다. 이들은 인간을 위협했던 것이 아니라 공존하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고 이 사실을 아르티옴은 뒤늦게 깨닫게 된다. 


‘검은 존재’들은 음성언어를 사용하지 못해 텔레파시로 지하 사람들과 접촉하고자 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정신을 조금씩 파괴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영역에서 살고 있는 낯설고 알 수 없는 ‘검은 존재’에 대한 공포심이 커졌고 괴담은 빠르게 번져나갔다. 


검은 존재들은 위험에 처한 아르티옴을 도와주기도 하면서 그를 통해 사람들과 대화하고자 했지만 아르티옴은 검은 존재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검은 존재들과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다. 그렇게 지하 사람들은 새로운 존재들과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 검은 존재들 (사진출처=Deviant Art)


▲ 미사일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검은 존재`들의 터전을 바라보는 주인공 아르티옴 (사진출처=메트로 위키)


오해와 편견은 공포와 혐오를 불러온다. 공포와 혐오는 상대방을 배척하고 그들과 단절되게 만든다. 그들이 가진 다른 모습을 볼 수 없게 만든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쪽에서 이야기하는 일그러진 북한의 모습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동안 북한은 우리들에게 <메트로 2033>의 ‘검은 존재’들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아니, 북한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이주민, 난민, 사회적 약자들 모두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존재들은 아닐까. 


적어도 우리의 지상은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았고, 핵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지금보다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보면 검은 존재의 진가를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상의 모든 아르티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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