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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교회는 청년을 잃어버린다”
  • 끌로셰
  • 등록 2019-04-04 17:22:39
  • 수정 2019-04-05 00: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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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CNS/Paul Haring)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해 10월 젊은이를 주제로 한 제15차 세계주교대위원회(이하 주교시노드)에서 논의했던 내용을 반영해 만든 새 교황권고를 공개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살아계십니다』(라틴어 : Christus vivit, 영어 : Christ lives)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번 시노드 후속 교황권고는 젊은이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서한 형식으로 작성되었다. 


서론을 제외하고 9개의 장과 299항으로 구성된 이번 교황권고는 성경과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되새겼다. 교회의 현재이자 미래인 젊은이들을 위해 교회를 쇄신하는데 있어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기성세대들이 전 세계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해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살아계십니다』 목차

 1. 복음은 젊은이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가?

 2. 영원히 젊으신 분, 예수

 3. 여러분은 하느님의 ‘지금’입니다

 4. 모든 젊은이에게 고하는 중대 발표

 5. 청년의 길

 6. 뿌리를 가진 젊은이들

 7. 청년 사목

 8. 소명

 9. 식별


많은 언론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사안은 여성 인권 문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는 자기 자신에게 과도하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예수의 모습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는 겸손하게 어떤 것들은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교회가 젊은이들의 비전과 비판을 높이 사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39항)고 밝혔다.


언제나 방어적 자세를 취하는 교회는 겸손을 잃어버리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되면서, 질문의 여지를 주지 않아 청년을 잃어버리고 (과거를 전시한) 박물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41항)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신뢰를 얻으려면, 교회는 다시 겸손해지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다른 이들의 말이 복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의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42항에서 “예를 들어 지나치게 우려하고 자기 구조에 얽매인 교회는 여성 인권의 보호를 외치는 말들에 무조건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이러한 주장들의 위험성, 오류를 끊임없이 지적하게 된다”라고 질책했다. 


살아있는 교회는 더 많은 정의와 평등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 이에 반응할 수 있다.


교황은, 인류역사를 떠올려보면 남성의 권위주의, 복종(요구), 여러 형태의 노예제, 학대와 마초적인 폭력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교황은 “이러한 시각 덕분에 교회는 (여성들의) 권리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며, 여성주의 집단이 제안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간의 상호성이 커질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자신만의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교시노드는 성적 지향과 연관된 모든 차별과 폭력(시노드 최종문건 150항)을 퇴치하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한 것이다. 이는 다시금 젊어진 교회, 젊은이들의 감수성이 던지는 질문과 자극을 기꺼이 받으려는 교회의 반응이다.


이외에도 추상적으로 나이를 중심으로 구분된 ‘청년(Youth)’의 개념으로 젊은이들에게 접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젊은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과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청년(기)는 추상적으로 분석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실제 ‘청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각자 구체적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가 존재하는 것”(71항)이라고 말했다. 


현실이 괴롭다고 눈 감아서는 안 돼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적으로 교회의 신뢰를 깎아내린 성직자 성범죄에 대해 “사람들의 정당한 분노 속에서, 교회는 배신당하고 모욕을 당한 하느님의 노여움을 보게 된다” (미성년자 보호에 관한 전세계주교의장단회의 폐막 연설, 2019/02/24)고 재차 말했다. 


교황은 “자신들이 경험한 악을 제보할 용기를 낸 이들에게 감사와 애정을 전하고자 한다”며 “이들은 교회가 지금껏 벌어진 일을 인정하고 이에 단호히 대응할 필요성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최종문건 31항 참조)”(99항)고 말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충직하게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사제가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안도하며 “젊은이 여러분들이 이러한 대다수의 사제들에게 영감을 받기를 바란다”고도 밝혔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폭력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고는, 소수 집단에 침잠하여 방대하고 도전적인 더 큰 세상의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할 수도 있다”면서 “이때 그들이 속한 소수 집단은 자기 자아의 확장에 지나지 않을 것”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평신도 소명이 무엇보다도 가정에서의 사랑, 사회적, 정치적 사랑에 있다는 점을 잊은 채 이를 독서자, 복사, 교리교사와 같이 교회 안에서의 봉사로만 생각하게 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평신도 소명은 신앙에서 비롯되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구체적 약속이며 이는 세상과 사회 가운데 살아가며 매 순간을 복음화하고, 평화, 공존, 정의, 인권, 자비를 증대시켜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펼치는 것”(168항)이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년사목의 주체는 젊은이”이라고 강조하며 “젊은이들이 창의적이고 어느 정도는 과감하게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자유로워야 한다”(203항)고 강조했다.  


206항에서는 기존과 같이 교회 구성원 일부만이 참여하여 수직적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공동합의적(synodal)”인 모습으로 변화해나감으로서 여성을 포함한 젊은이, 성직자·수도자, 평신도 모임, 단체, 운동을 포함하는 ‘참여중심적, 공동책임 교회’(participatory and co-responsible Church, 주교시노드 최종문건 123항 참조)의 실현을 강조했다.


성(Sexuality) 문제에 있어서는 최종문건의 내용을 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81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에 관해 “교회가 판단과 비난의 장소로 인식되는 한 가톨릭교회의 성윤리는 불통의 원인, 교회로부터 멀어지는 원인이 된다”며 “남성과 여성 정체성 간의 차이, 남성과 여성의 상호성 및 동성애에 관한 질문을 논의하고 싶다는 분명한 욕구”(주교시노드 최종문건 39항)를 다시 언급했다.


와닿는 주제를 찾아 우리 필요에 맞게 활용해야

 

이번 문건을 두고 주교시노드 사무총장 로렌초 발디세리(Lorenzo Baldisseri) 추기경은 “청년 사목의 대헌장(magna charta)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발디세리 추기경은 이번 문헌을 이해하는 핵심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영원히 살아계시는 분이시기에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계시다는 것”이며 교회가 시대의 징표를 읽어냄으로써 “각 세대의 신앙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당대의 길동무를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황권고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파비오 파베네(Fabio Fabene) 주교는 교황권고 공개 날짜가 1985년 처음으로 세계 청년에게 보내는 서한을 작성한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망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탈리아 빈첸사(Vicenza) 교구의 가나인 공동체 젊은이 모임 대표 라피딜 투마시(Laphidil Oppong Twumasi)는 이번 교황권고가 “교리집이나 설교집보다는 우리가 길을 잃었는데 펴볼 수 있는 가이드, 제안집”이라는 것에 만족을 표하며 “우리 젊은이들은 시노드 최종문건과 이번 교황권고를 집어들고 우리에게 가장 와 닿는 주제와 문제들을 끌어내고 이를 우리 필요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가톨릭매체 < NCR >은 이번 문건이 최종문건을 받아들여 가톨릭교회가 여성 인권 개선에 앞장서고, 성윤리에 대해 고찰해 보아야 한다는 기본적 입장은 표명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들이 다뤄져야 하는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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