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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고백의 진정성으로 민족 앞에 참회를!
  • 이기우
  • 등록 2019-02-22 11:59:10
  • 수정 2019-02-22 18: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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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사도요한 신부의 매일강론입니다. 이기우 신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로 3년간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습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지난해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습니다. 세상의 빛이 되는 깨달음, [이신부의 세·빛]으로 매일강론 연재를 시작합니다. - 편집자 주


2019년 02월 22일 : 1베드로 5,1-4; 마태오 16,13-19


베드로 사도좌 축일로 지내는 오늘은 신앙 고백의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제 들으신 마르코 복음서의 신앙 고백에서는 베드로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거부하려드는 바람에 꾸지람을 받았다면, 오늘 들으신 마태오 복음서의 신앙 고백에서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이 교회를 세우는 반석으로서 격려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태오 복음서는 십자가 없이는 예수님을 알 수 없다는 마르코 복음의 메시지를 전제하고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베드로 사도가 쓴 편지에서도 십자가를 전제한 부활의 복음을 선포하는 사도로서 훈계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미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겪으신 고난의 증인으로 자처하고 있으며 그 고난의 결과로 나타날 부활의 영광을 확신하고 있는 증인으로서 권고하고 있습니다.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로 자임하고 있는 역대 교황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가르침입니다.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하기 직전이었던 2000년 3월 12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바티칸에서 ‘용서의 날’ 참회 미사를 가진 바 있습니다. 사도 베드로로부터 제264대째 후계자인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000년 동안 가톨릭교회가 저지른 죄를 크게 7가지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신앙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진리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① 관용을 지키지 못하고 사랑의 율법에 충실하지 못한 죄, ② 그리스도인들의 단결을 해치고 형제의 자비에 상처를 준 죄, ③ 그리스도인들이 유다인들에게 저지른 죄, ④ 권력욕에 사로잡혀 타 종교를 가진 집단이나 민족의 권리를 짓밟고 그들의 문화와 종교 전통을 멸시했던 죄, ⑤ 인종 차별을 저지른 죄, ⑥ 여성 차별을 저지른 죄, ⑦ 굶주리고 목마르고 헐벗은 이를 무시한 죄를 고백하면서 참회하며 용서를 청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 천주교 주교단에서도 2000년 12월 3일 대림 제1주일에 각 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참회미사를 거행하면서 쇄신과 화해라는 이름의 공식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① 세계정세에 어둡던 박해 시대에 외세에 힘입어 신앙의 자유를 얻고 교회를 지키고자 한 죄, ② 일제의 식민 통치로 민족이 고통을 당하던 시기에 교회의 안녕을 보장받고자 정교 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서는 신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재하기도 한 죄, ③ 분단 상황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히 한 죄, ④ 지역과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죄와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죄, ⑤ 집단 이기주의, 도덕적 해이, 부정부패 등이 팽배한 사회 풍조 속에서 올바른 가치관과 사회공동선을 세우는 일에 미흡했던 죄와 특히 청소년들을 바르게 계도하지 못한 죄, ⑥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신 예수님의 모범을 그대로 따르지 못한 때가 많았던 죄와 성직자들도 사회의 도덕적 윤리적 귀감이 되지 못하고 권위주의에 빠지거나 외적 성장에 지나친 관심을 두는 등 세상 풍조를 따르는 때가 많았던 죄, ⑦ 다종교 사회 안에서 다른 종교가 지닌 정신문화적 가치와 사회 윤리적 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죄 등을 고백하면서 참회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참회 내용에는 일제 치하 신사 참배 문제도 건너뛰었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교황청의 참회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내용이 두루뭉술하다는 비판이 처음부터 일었습니다. 이제 민족의 독립을 염원하는 만세 운동이 일어난 지 백 년이 되는 3.1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 천주교는 이 독립 만세 운동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참여한 신자들을 단죄하고 내쫓았습니다. 신학생들, 모조리 퇴학시켰습니다. 서학으로 불린 천주교의 진리를 받아들이면서 외세를 등에 업은 선교사들의 행태가 싫어서 동학이라고 이름 붙여 생겨난 천도교가 교세를 총집중하여 이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입니다. 


남북이 화해하려는 이 시기에 민족 앞에 다시 한 번, 진정성 있게 참회해야 할 필요가 그래서 있습니다. 마침 어제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명의로 이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가 발표되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삼일절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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