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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첫 평신도 공보실장·차장, 연말에 깜짝 사퇴
  • 끌로셰
  • 등록 2019-01-03 12:16:36
  • 수정 2019-01-03 13: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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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렉 버크와 팔로마 가르시아 오베헤로 (사진출처=CNS/Paul Haring)


교황청 공보실장 그렉 버크(Greg Burke)와 차장 팔로마 가르시아 오베헤로(Paloma García Ovejero)가 2018년 12월 말일자로 사퇴했다. 


교황청은 지난 31일 성명을 발표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들의 사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그렉 버크 공보실장과 팔로마 오베헤로 차장은 2016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 공보실장에 처음으로 평신도가 임명됐고, 차장 역시 교황청 역사상 최초로 여성 평신도가 맡은 사례였다. 직전까지 교황청 공보실은 롬바르디 페데리코(Lombardi Federico) 예수회 신부가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그렉 버크와 팔로마 오베헤로는 각각 미국과 스페인에서 언론계에 종사한 이력이 있는 만큼 능력을 갖춘 적절한 평신도 전문가였다는 점이 부각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후임 공보실장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임시 공보실장에는 알레산드로 지소티(Alessandro Gisotti)가 임명됐다. 알레산드로 지소티는 교황청 홍보부에 소셜 미디어 책임자(Coordinator of Social Media)였으며 < 바티칸 라디오 > 부편집장(Deputy Editor-in-Chief)으로 오랫동안 일 해왔다. 


이번 사퇴를 두고 교황청 홍보부 파올로 루피니(Paolo Ruffini) 장관은 “이들의 전문성, 인간적 모습 그리고 믿음”에 감사를 표하고 “이들의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에 대해 나는 이들의 선택을 그저 존중할 뿐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표현으로 미루어볼 때, 루피니 장관은 이들의 사퇴에 홍보부가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임시 공보실장으로 임명된 알레산드로 지소티 역시 성명을 발표하고 그렉 버크와 팔로마 오베헤로와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전전 공보실장이었던 롬바르디 페데리코 신부와의 인연을 언급하며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맡겨진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렉 버크와 팔로마 오베헤로 역시 트위터를 통해 짧은 소감을 전했다. 그렉 버크는 “교황청 홍보의 전환기에서 우리는 교황께서 새 조직을 온전히 자유롭게 꾸리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낫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팔로마 오베헤로는 “(그렉 버크의) 신뢰와 인내 그리고 당신이 보여준 예시에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퇴는 예상치 못했다는 점에서는 깜짝 사퇴이기는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조직을 온전히 자유롭게 꾸리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 그렉 버크의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홍보 체계 개편에 길을 내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놓고 프랑스 < 라크루아 >는 익명의 교황청 홍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퇴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면서 “어떤 특정 사건이 사퇴를 일으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달 전부터 교황청 미디어 개혁을 이끌어 가는 방식에 대한 견해차로 (이런 이야기가) 돈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퇴를 두고 이들이 ‘사측 대변인’(corporate mouthpieces)이 아니라 ‘언론인’(journalists)이었기 때문에 사퇴한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


미국 가톨릭매체 < Crux >는 “이들(그렉 버크와 팔로마 오베헤로)에게 교황청 메시지의 윤곽을 잡을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즉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대면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더라면 얘기가 달라졌겠으나 이는 이들의 역할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들의 사퇴는 교황청 내부에서 결정된 메시지들을 전달하기만 하는 수동적 역할과 기자로서의 역량의 간극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임기 이후 교황청 홍보부를 비롯한 관련 부서들에는 평신도들이 대거 기용되고 있다. 그렉 버크와 팔로마 오베헤로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평신도로서는 최초로 교황청 홍보부 장관에 파올로 루피니 박사가 임명된 바 있다. 


또한, 지난 12월 중순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담집을 낼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안드레아 토르니엘리(Andrea Tornielli)를 교황청 홍보부의 기조를 조정하는 편집국장(Editorial Director)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 교황청 전문지 < 라 스탐파 >와 < 바티칸 인사이더 >에서 일하는 등 전문이력을 갖추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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