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PD수첩 >의 보도로 조계종 비위 의혹들이 불거진 가운데, 조계종의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1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MBC PD수첩 방영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설정스님과 현응 수님 관련 PD수첩 1탄에 이어, 자승스님 등 소위 ‘16국사’의 도박과 직지사 주지 법등스님의 성폭력, 비판적 스님들에 대한 탄압, 용주사 주지 성월스님의 은처자 의혹에 관한 PD수첩 2탄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불자들이 자괴감으로 고개를 들 수 없게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들이 이미 교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왔음에도 스스로 자정하지 못했다는 것.
시민연대는 “자정능력이 없는 곳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패거리에 불과하다”며, “정화운동의 상징으로 쓰였던 조계종은 이제 부끄러운 이름이 됐다”고 비판했다.
시민연대는 불교개혁을 이뤄야 할 절체절명의 시기가 도래했다면서, PD수첩에서 거론된 모든 스님들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자승종권 8년에 이어 현재까지 적폐를 감시하고 종권의 폭주를 막아냈어야 할 중앙종회는 오히려 적폐의 한 축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로회의가 중앙종회를 해산시키고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종단혁신기구를 만들어, 대중의 뜻을 반영하고 삼보정재가 투명하게 관리되며, 자정능력을 가진 종단으로 새롭게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김영국 시민연대 운영위원은 “PD수첩이 보도한 비위 의혹이 사실인지 밝히고 만약 그 내용이 허위라면 그때 대응을 하면 되는데 조계종 측에서는 말이 없다”고 전했다. PD수첩에서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조계종 측은 지난 5월 11일 전국 사찰에 ‘MBC 관련 취재 및 방송 제작 요청에 응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5일 조계종 측은 PD수첩을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지난 1일 법원은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김영국 운영위원은 “지난 4월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 대구MBC >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 덕을 봤다”고 전했다.
지난해 < 불교닷컴 >은 총무원장 선거 당시 설정스님의 은처자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설정스님 측 선대본부는 < 불교닷컴 >을 상대로 10억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김영국 운영위원은 앞으로 이러한 소송을 통해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1일 오후 6시 조계사 앞에서 ‘청정종단을 염원하는 참회법회’가 진행됐다. 그는 앞으로 대중들이 점점 늘어나 불자대중과 스님들에 의해 잘못이 바로 잡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일반 불교신도들과 스님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 실제로 PD수첩 보도 이후, 시민연대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일반 신도들의 연락이 오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팟캐스트에 출연해 조계종 내 적폐를 고발해온 김영국 운영위원은, 그동안 일반 불교신도들과 스님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더 이상 불교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PD수첩 보도 이후, 시민연대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일반 신도들의 연락이 오기도 한다면서, 대중들의 힘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시민연대는 “앞으로도 불교의 잘못을 바로 잡는 운동을 해나갈 것이며, 더 나아가 불교가 신자들과 국민들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혁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는 조계종 적폐 청산을 위해 꾸려진 단체로 지난해 8월 10일 출범했다. 2만여 명에 이르는 불자들이 촛불을 들었으며 단식 정진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활동에 이어 지난 12월 12일 제2기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출범해 지금까지 적폐 청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