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11시 20분께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박근혜 씨의 대통령직 파면을 선고했다.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헌재의 판결을 경청하던 시민들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이 끝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성을 질렀다.
“청와대에서 끌어내리러 가자”, “감방에 보내자”는 함성도 들렸다. 안국역 1번 출구 쪽을 지나가던 시민들도 헌재의 탄핵 결정 소식을 듣고 박수를 치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오전 11시께 시작된 헌재의 선고를 들으며 시민들 사이에는 탄식과 환성이 교차했다. 헌재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 남용과 언론의 자유 침해 여부에 대해 사실 관계를 인정하기가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성실 의무가 탄핵 심판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큰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공무상 비밀유지가 필요한 자료를 최순실에게 전달했고, 각종 이권 추구를 도왔다고 판결했다. 재벌 총수를 만나 자금 지원을 요구한 내용도 사실로 확인됐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며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라고 말했다.
혐의가 하나씩 사실로 확인될 때마다 집회 현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축제 분위기가 됐다.
해방신학자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전 편집장) 씨는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쳤고 헌재 재판관들이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린 것 같다”라며 “앞으로 박근혜를 구속하고 최순실·김기춘·우병우 등에 있어 수사가 미비했던 부분을 철저히 해야 한다. 적폐청산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한 “탄핵국면에서 우리 가톨릭교회의 참여가 부진한 측면이 있었다. 이번 적폐청산 국면에서는 많이 협조하길 바란다”라며 “특히 우리 가톨릭 안에 있는 적폐를 청산하는데 앞장서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헌재 인근에서는 박근혜 씨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도 대규모로 열렸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는 헌재 인근에서 ‘17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를 벌이며 “여러분이 진정한 애국자다”라고 집회 참가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