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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그저 빵을 던져주는 사람이었나”
  • 최진
  • 등록 2017-03-06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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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 장애인 단체들은 2월 1일을 탈시설 순례투쟁의 날로 정하고, 장애인 수용정책 폐기와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전면 전환을 정부에 요구했다. ⓒ 최진


‘장애인들을 폐쇄적인 시설에 가두지 말고 지역사회 안에서 이웃으로 받아들이자’는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운동’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그리스도교가 추구해야 할 정당하고 옳은 가치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맞물린 현실에서 이 외침은 배척된다. 약자에게 손을 내민다는 종교도 이를 배척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장애인들의 자립을 막고 이들을 소유하고자 하는 모습 때문에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그래서 장애인 탈시설운동은 외로운 투쟁인 경우가 많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이러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운동을 하는 단체다. 탈시설을 주제로 활동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이기도 하다. 이들은 장애인 시설에서 인권침해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대책위를 구성하고 피해 장애인을 지원하는데 힘쓴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자립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한다.


“종교시설은 장애인을 시설에서 보호 받아야 하는 불쌍한 대상으로만 여긴다. 종교의 잘못된 출발과 한계가 바로 이것이다. 장애인들은 존엄과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존재이면서 욕구와 욕망이 있는 인격적인 주체다”


최재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종교가 장애인을 돌봄 받아야 할 존재로만 인식하기 때문에 인격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그래서 각종 범죄와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불쌍한 사람들에게 빵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숭고하게 들리지만, ‘사람이 왜 빵을 구걸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평가받는 현실 속에서 최 활동가의 시선을 통해 한국 천주교회 사회복지 운영의 문제를 짚어보고 바른 방향을 생각해보자.


장애인들, 시설에 있어야 안전하다?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 신체장애인이든, 발달장애인이든 자립을 위한 몇 가지 요소만 갖춰진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종교는 장애인들이 자립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동안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시설인권침해나 범죄가 많이 발생했지만, 이들 중에서 장애인 탈시설 운동에 동참하는 곳은 없다”


최재민 활동가는 신체장애인이 활동보조인과 수급비, 그리고 살 수 있는 공간(집)만 있으면 언제든지 자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종교는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쓴 소리를 했다. 


▲ 최재민 장애인발바닥행동 활동가 ⓒ 최진


“발달장애인은 일반적인 신체장애인과 달리, 좀 더 촘촘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실상 무엇이 구체적으로 더 필요한가를 따져보면 뭐가 없다. 신체장애인 이상으로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우려하는 인식이 언론의 왜곡보도나 사회의 편견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사건의 특징을 찾으려는 언론이 발달장애인과 연관된 사건을 무조건 장애와 연관시켜 보도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진다는 것이다.


시설수용이 장애인들에게 안전할 것이라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최근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인권침해 사례를 보면 장애인들이 시설 안에 있다고 해서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막연한 편견이라는 것이다. 


“문제 발생한 시설, 대부분 종교법인”


“대구 희망원에서는 2012년부터 2년간 1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분명한 사인 없이 사망했다. 사건 중간수사결과에 따르면 시설장 신부는 시설 노동자들이 장애인들을 폭행하는 것을 용인했다고 한다. 공기총에 고무탄을 장전해서 사람에게 쏘는 비인격적인 폭력이 자행됐는데도, 성직자들이 종교시설 안에서 이를 용인했다. 이 밖에도 충주 마리스타의집, 남원 평화의집 등 큰 문제가 된 시설들 모두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최 활동가는 종교법인이 복지시설을 운영하면 일반법인보다 더 헌신적으로 장애인들을 돌볼 것이라는 것도 현실과는 동떨어진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는 시설 운영자와 노동자가 얼마나 사회복지 마인드가 있느냐의 차이다. 종교법인이라고 해서 다른 점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히려 종교법인은 실질적으로 시설을 운영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연대 책임을 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시설장과 사무국장, 재활교사 등 관계자 일부만 교체하고, 시설 운영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종교법인의 대처라고 안타까워했다. 피해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대처방안도 종교시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한 꽃동네 신부는 올해 초 의료봉사와 관련된 상을 받았다. 가난한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면 ‘봉사’라는 이름이 붙고, 시설 운영자와 관계자들은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는 사람, 존경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불리며 상을 받는다. 이것이 오늘날 장애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와 종교의 인식이다”라고 꼬집었다.


‘형제님을 위해 기도해 드릴게요’


“얼마 전, 천주교에서 진보적이라고 알려진 한 수녀회에 연락해 희망원과 관련한 발언을 부탁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수녀님은 상부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사실상 발언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형제님을 위해 기도해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직접 연대를 요청한 것인데, 동참은 거절하면서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했다. 기도라는 말이 참 공허하게 들렸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애인 시설로 꽃동네가 있다. 꽃동네 표어를 보면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숭고한 신앙고백과도 같은 이 표어가 최 활동가의 눈에는 달갑지 않다.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은 밥을 얻어먹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 불쌍한 존재로 고착화시킨다는 것이다. 


▲ ⓒ 최진


최재민 활동가는 “반기문 총장이 꽃동네 간 것은 불쌍한 사람에게 봉사 한다는 것이다. 종교시설 안에서 장애인은 하위 사람이 되고 동정의 대상이 된다”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 무연고자도 권리를 가진 인격의 주체지만, 돌봐줘야 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한다면, 이들을 정말 하위 계급에 가두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난해서 갈 곳 없거나 부모나 가족이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설로 간다. 한국에서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이 총 25만 명 정도다. 그래서 종교가 이것을 운영하는 것은 정의롭게 보인다. 실제로 종교법인이 많은 시설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들의 자력구제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종교법인은 없다. 복지사업만 늘리고 있다”


예수의 인간 사랑이 바로 ‘인권’, 교회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


최 활동가는 예수가 사람을 귀하게 여겼던 것을 오늘날 언어로 풀어낸 것이 ‘인권’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빵을 주는 자선이 아니라, 자신의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성경에 기록된 예수는 사회에서 배척당한 병자와 장애인들을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최 활동가는 “종교가 고민해야 할 방향이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빵을 주는 시설사업자가 아니라, 사회에서 외면당한 사람들이 다시 인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면서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대신 수령해 빵을 나눠주는 것은 쉬운 것이다. 종교의 지향이 예수라면 빵을 나누는 것,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 활동가는 “천주교가 부유하고 가진 자의 입장에서 장애인들을 동정하기만 하면, 이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인권침해 범죄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라며 “이제는 천주교가 스스로 어떤 지향을 가지고 복지에 임하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세월 교회는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까지 헌신과 열정으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왔다. 그러나 ‘교회가 어떤 자세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만나야 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성숙한 성찰이 없다면, 이제 교회는 이들의 자유와 인권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전락할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예수가 그저 빵을 던져주는 사람이었는지, 오늘날 사회복지 종교법인들이 성찰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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