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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해임, 학생 고소’ 동국대 사태, 다시 원점으로
  • 최진
  • 등록 2016-04-21 17: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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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교수들이 지난해 총장 퇴진운동에 앞장섰던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장을 해임한 학교 당국을 규탄하며, 서명운동을 통해 학교 측의 보복성 인사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동국대 측은 총장 퇴진운동과 관련해 교수회장 해임과 학생대표 고소 등 강경한 방침을 보였지만 교수회는 위축되지 않았다. 


▲ 발언 중인 한만수 동국대 교수협의회장(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사진출처=동국대교수협의회)


이번 서명운동은 14일 동국대 문과대 교수 34인이 발표한 성명서 ‘진정한 일심동행을 바라며’에 다른 단과대 교수들이 호응한 것이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서 발표 후 일주일 동안 동국대 교수들을 상대로 온라인을 통해 성명서 동의 여부를 묻는 서명운동을 했고, 그 결과 170명의 응답 교수 중 168명이 동참했다. 


또한, 서명에는 학교 당국이 총장사퇴와 관련해 전·현직 학생 대표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을 철회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앞서 문과대 교수 34명을 포함하면 모두 202명의 교수가 이번 성명서에 동참했다”며 “이는 개교 이래 서울캠퍼스 교수 서명으로는 최대 규모이다”라고 말했다. 


동국대 사태는 지난해 12월 3일 동국대 이사회가 ‘임원 총사퇴’를 발표하면서 해결될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학교 당국이 한만수 교수를 해임하고 전·현직 학생대표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다시금 불씨가 커졌다. 동국대 측은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한만수 교수의 해임과 학생 대표 고소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 동국대 재학생들도 교수 해임 및 학생 고소에 대해 반발했다. (사진출처=동국대교수협의회)


그러나 한만수 교수는 6일 교수직 해임의 주요 사유였던 ‘동료 교수 상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학교 당국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 등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14일 승소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형사 고소사건의 무죄 선고율은 3% 안팎에 불과하지만, 한 교수를 고소한 A 교수는 대형 로펌 2곳의 변호사를 선임해, 이번 고소가 부적절하다는 교내 여론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또한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교수 해임 및 학생 고소 반대’ 서명운동은 13시간 만에 3,000명을 돌파하는 등 재학생들의 반발 역시 퍼지고 있다. 학교 당국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전·현직 학생 대표 4명은 동국대 내 팔정도 불상 앞에서 ‘동국대 바로세우기를 염원하는 108배’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간고사 기간이 끝나는 25일부터 학생회를 중심으로 동국대 사태 해결을 위한 ‘길거리 서명운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 한만수 회장 및 학생 5명이 팔정도 불상 앞에서 108배를 올렸다. (사진출처=동국대교수협의회)



다음은 동국대 문과대 교수들의 성명서 전문이다. 



진정한 일심동행을 바라며


우리 문과대학 교수들은 2016년 새 학기에 들어 우리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해왔다. 작년 일 년 내내 총장과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학 사회의 분열은 오랜 전통의 명문 사학을 자처해온 우리 대학의 명예를 한없이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대학 행정에 크고 작은 공백을 가져왔고 교육 활동, 연구 활동까지 침체시켰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이 있는 대학 당국은 새 학기에 들어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시켰다.


대학 당국에서는 지난 3월 17일 교수협의회장 한만수 교수에게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 징계 처분 사유로 알려진 것은 1) “동료교수 상해 행위”, 2) “합법적인 이사장과 총장선임 과정의 부정의견 확산”, 3) “대학에 대한 직접적 비방”이다. 그런데 이 세 사유가 과연 합당한 것인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1)은 비록 형법에 저촉되었다고 하나 검찰에서 벌금 100만원으로 약식기소한 사건에 불과한데다가 그 “상해 행위”의 사실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해임 같은 중대한 처분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 또한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2)는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대학 거버넌스에 대한 요청일 수 있고, 3)은 도덕적으로 건전한 대학의 리더십에 대한 열망에서 나온 발언일 수 있다. 따라서 2)와 3)을 근거로 징계를 결정한 것은 대학 당국의 독선적이고 압제적인 태도의 발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만수 교수 해임 조치를 보면, 대학 당국이 교권 보호 의지를 과연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한만수 교수가 보인 어떤 언행에 대해 학교 당국에서는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만수 교수의 언행은 교수, 학생, 동문을 포함하는 넓은 사회와의 관련 속에서 교수협의회장으로서의 윤리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대학에 대한 한만수 교수 나름의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침 지난 4월 6일 한만수 교수의 폭행 혐의에 관한 1차 공판에서 무죄판결이 나왔다. 대학 당국에서는 이것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 당국에서는 한만수 교수를 해임한 데 이어 총학생회 대표들을 종단과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고소했다. 작년 총학생회에서 SNS 등에 유포한 발언 가운데 그러한 혐의를 살 만한 것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설령 그렇더라도, 학생이 있기에 존재하고 학생 지도가 본업인 대학에서, 그것도 정의나 평화와 같은 공공의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대학 자신의 명예를 위해 자기 대학의 학생들에 대한 사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만수 교수 해임과 총학생회 대표 고소 등의 조치를 접하면서 우리는 대학 당국이 스스로 위신을 손상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대학 사회는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갈등에서 벗어나 있지 않지만 대학 사회에서는 결코 소송이 능사가 아니다. 대학에는 대학 고유의 문제가 있고, 대학 고유의 해법이 있다. 대학 당국에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학 자치의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개인과 집단에 대해 보다 너그러운 자세로 다가가서 대화와 타협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 총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대학 사회의 단합을 요구하며 “일심동행”을 말해왔다. 대학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은 지금, 일심동행이 대학의 생존에 필요한 철학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법적 권위를 빌려 대학 내부의 이의와 반대를 제압함으로써 진정한 단합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어떤 구성원에 대해서든 배제 대신에 포용, 처벌 대신에 설득을 추구하는 것이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순리이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 문과대 교수들은 대학 당국에 대해 해임 철회와 고소 취하의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당국이 그렇게 지혜롭고 아량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우리는 학내에 소통과 타협의 기운이 조성될 수 있도록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 대학이 진정한 한마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학 당국이 부디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2016년 4월 11일


동국대학교 문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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