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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교는 사회 불의에 저항하는 것”
  • 최진 기자
  • 등록 2015-11-11 12:22:22
  • 수정 2015-11-11 21: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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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이사장 김병상 몬시뇰)’은 9일 서울 명동 가톨릭 회관에서 ‘신앙과 정치, 조선사회 노론 지배체제와 순교신앙’을 주제로 16차 정기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성리학부터 시작된 기득권·보수 우파의 이데올로기적 논리의 역사를 살펴, 그에 맞섰던 초기 천주교 학자와 순교자의 삶을 성찰해, 가톨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신앙과 정치 심포지엄은 이영춘 신부(전주교구)와 한만삼 신부(수원교구)가 발제를 담당하고, 조한건 신부(서울교구)와 장동훈 신부(인천교구)신부가 각각 논평을 맡았다. 사목 연구원은 “역사를 뒤집으려는 세력들이 하느님의 사람들과 생명을 외면하고 나락으로 밀어 넣는 가혹한 현시대에 한국교회의 순교신앙이 맞닿았던 조선의 정치 세력을 오늘의 눈으로 살펴본다”며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혔다. 


▲ 한국 천주교의 박해와 순교 역사를 통해 오늘날 교회의 방향을 모색해 본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16차 정기 심포지엄. 이날 강연에는 평신도와 수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 최진 기자


김인국 신부(청주교구)는 오늘까지 이어지는 권위적 지배체제 안에서 한국 천주교가 부당한 권력의 정당화에 동원되는 것은 아닌지 성찰했다. 그는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착취를 특징으로 하는 권위적 지배체제가 종교적 정당화를 수반한다며 “과거 한국 천주교도 권력자들과 부자들의 지위를 정당화하는 데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을 사랑했다는 아빠스와 조선총독의 협력은 조선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일제강점기 신앙과 정치를 대표하던 두 지도자가 어떤 열정을 품고 이 땅을 거닐었느냐”며 권위적 지배체제와 잘못된 열정에 사로잡힌 종교가 협력하면 일제강점기처럼 처참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1 발제를 맡은 이영춘 신부는 천주교로 인한 당쟁이 시작되는 정조 시대 역사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한국 천주교의 방향을 모색했다. 그는 폐쇄적인 주자학 기조로 박해를 감수해야 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국 천주교가 진보적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주목했다.


▲ 제1 발제를 맡은 이영춘 신부. 그는 보수기득권의 성리학이 지배하는 조선에 들어온 천주교는 박해를 각오하면서 진보적인 인류애를 펼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 최진 기자


이 신부는 “천주교가 조선에 들어올 당시 폐쇄적인 성격의 주자학 유교 사상이 조선을 지배하고 있어서 천주교가 조선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자체가 박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며 “우리는 천주교의 박해 역사가 주는 의미를 잘 깨달아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며 발제를 마쳤다. 


한만삼 신부는 “한국 천주교가 ‘어떻게 순교했는지’를 연구해 성인품을 올리기 위한 연구에만 몰두해 있다. 천주교가 왜 박해를 받게 됐는지에 대한 역사적·신학적 성찰을 통해 순교의 저항적 의미와 가치를 거시적이며 통시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며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신앙인은 순교자들의 굳은 믿음과 용기를 배워, 실천적·예언자적인 저항의 사명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가톨릭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수원교구 한만삼 신부. 한 신부는 한국 천주교의 박해와 순교의 가치와 의미는 역사적·신학적 의미와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 최진 기자


그는 “한국 교회의 초기 순교자들은 정치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용감한 신앙을 증명해 나갔다. 우리는 이 자랑스러움을 종교적 자랑스러움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실재 안에, 그리고 과거가 아닌 현재 안에서 풀어 나아가야 한다”며 “정치권력이 도덕성을 잃고 인간을 수단화하며 불의함으로 나아갈 때 자연법과 양심에 근거한 저항이 신앙인의 마땅한 사명임을 깨달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변혁을 위해 가톨릭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느냐는 강연 마지막 질문에 한 신부는 요한23세 교황의 말을 인용하며 “가톨릭은 모든 양심 있는 세력과 일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천주교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양심세력과 일치하여 보편적 인류애를 키우고, 진보적 연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가톨릭의 역할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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