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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전문] 민주민생 진도행동
  • 편집국
  • 등록 2015-07-23 15: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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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이 최근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에 공문을 보내, 8월초부터 팽목항 방파제에 걸린 리본 등을 철거하겠다고 통보한 사실에 대해 진도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진도군의 일방적인 철거 통보는 앞서 제출된 ‘진도 팽목항 주민대표 김00 외 33명’ 이름의 진정서에 따른 민원처리 행정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과 공표 방식에 문제가 크다.


우선, 주민대표라고 나선 진정인의 대표성에 의문이 있고, 서명지에 기록된 팽목마을 주민들의 서명이 상당수 동일필체라는 데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민원처리 부서에서 팽목마을 이장과 어촌계장 등 마을 대표자들의 의견을 듣고, 서명자들의 신원을 확인했어야 했다. 더구나 민원을 제기한 진정인은 팽목항 주변에서 식당과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주민으로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정부기관과 기자들이 철수하기 전까지 수개월 동안 특수를 누렸다고 한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 숙소와 분향소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주장은 참으로 억지스럽고 치졸하다.

중앙언론보도를 보면, ‘팽목마을 주민들,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 철거 요구’, ‘진도군, 8월부터 추모 시설물 철거’, ‘팽목항에서 나가달라’ 등 마치 팽목마을 주민들과 진도군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쫓아내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팽목마을 전체 주민들, 더 나아가 진도 지역 주민들이 앞장서서 팽목항에 한시적으로 머물러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겁박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보도들은 역사기록물이 되어 지역의 이미지로 각인될 것이다.


메르스 사태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팽목항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남아 있기에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진도를 찾아오고 있다. 7월 25일과 8월 1일에는 문화제가 예정돼 있기도 하다. 그들이 관광객이 아닌 추모객들이라서 불만이 있는가? 그 추모객들이 진도사람들을 비난한 적이 있는가? 그들은 세월호 희생자와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진도군민의 아픔도 위로하고 힘을 내라 격려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은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세월호를 온전하게 인양하고,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상식적인 일이다. 원인을 알아야 책임소재를 가리고 배․보상을 논할 수 있다. 실종된 아들딸과 식구들을 기다리는 가족들, 장례식을 미루고 진상규명 투쟁을 하고 있는 유가족들, 그리고 경제적 피해 보상을 바라는 팽목항 상공인들 모두에게는 ‘세월호 인양과 진상 규명’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점에서 진도군에서 실종자가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추모 리본을 철거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추모리본을 달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진도를 찾아왔고, 세월호 인양이 끝날 때까지 추모행렬은 이어질 것이다. 누가 그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3년상’이라는 전통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3년 동안 지척에서 묘소를 돌보거나 사당에 신주를 모셔와 3년만에 탈상을 하는 유교의식이다. 살아남은 자식이 자신을 핏덩이 때부터 보살펴 주신 부모님의 가시는 길을 지켜드리는 효행이다. 핏줄의 인연으로 추모하는 일은 미덕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 도리이기도 하다.


지금 팽목항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팽목항에 찾아오는 추모객들은 왜 분향소에 분향을 하고 실종자 귀환을 바라는 추모리본을 달고 있는가? 이것은 시민으로서 권리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양심의 발로가 아닌가 싶다.


양심 하나를 떼면, 다시 백 개가 더 달린다. 아직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다는 증거며, 팽목항이 바로 대한민국의 양심이다.



2015년 7월 15일. 민주민생 진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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