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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억울한 옥살이
  • 김창규
  • 등록 2015-10-02 09:56:20
  • 수정 2015-10-26 09: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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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



그는 간첩이 아니었지

산에서 내려왔다고 신고가 접수돼

조작 간첩이 되었지 조사과정에 그의 아버지가

월북을 했다고 소문이 퍼지게 만들었고

세상 사람들 소문이야 빨리 퍼지지

뉴스 방송되고 나서

그냥 고정 간첩이 된 것이야 


그는 간첩이 아니야

막걸리를 먹으면서 불평 한 것이 죄이지

오직 한 가닥 희망인 어머니만 믿어주었지

결국 가정은 파탄 나고

아버지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고

한 많은 세월이 흘러가고

늙으신 어머니 이제 구순을 바라보고

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비명횡사 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월북했다는 이야기도 없고

아들 때문에 직장을 잃고 술로 세월을 보냈는데

간첩이 된 아들 때문에 인생은 끝났다

저녁 하늘 붉은 서녘을 바라보며

눈물 닦으시는 어머니 자식도 칠십이야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다


통일이 되면 잘 살 수 있을까 믿었더니

남북 간에 교류는 끊어지고 

동생 잘 못 둔 덕에 형님 댁도 망하고 

모든 게 끝장이다

가을바람에 나뭇잎 우수수 감방 창문을 때리던

그날 밤 꿈을 꾸었지


꿈에 마지막 내 손을 잡으며

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서

끝까지 살다가 오라 하시며

감방 문이 열리고 석방되는 꿈

이미 하늘나라에 도착하였다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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