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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우 주교 “제주 4.3 단순한 과거 사건 아냐… 미래를 위해 기억해야”
  • 강재선
  • 등록 2022-11-26 11: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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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 제주4.3연구소 >는 4.3 제74주년을 기념하며 ‘4.3연구의 진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기조강연에는 천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가 ‘침묵의 기억 – 4.3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4.3을 기억하는 일의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문창우 주교는 “이 땅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우리는 피할 수 없이 74년 전 그날의 신음을 듣는 자리에 초대받은 것이다. 이를 잊는다면 우리도 언제든 폭력자로 변할 수 있는 것”이라며 4.3은 부끄러움 없이는 기억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묵직한 말로 서두를 열었다. 


4.3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가해자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성경 창세기의 ‘카인과 아벨’ 형제 이야기를 인용하며 “다시는 폭력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네 형제는 어디 있느냐?’ 하고 자주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이 스스로를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4.3과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사회는 정의롭게 변모하지 못했고, 4.3을 기억하면서도 법은 여전히 힘 있는 자들의 편에 서는 이유가 바로 가해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에 있다는 말이었다. 


문창우 주교는 ‘침묵의 기억’에 대해서도 그 의미를 설명했다. 침묵의 근본은 ‘들음’에 있다는 뜻이었다. 문 주교는 “가톨릭교회의 수도원이나 피정을 할 때에 침묵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듣기 위해서다. 침묵할 때 하늘의 음성이 들리고 4.3영령들의 외침과 그들의 염원이 들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3 희생자들은 단순히 폭력에 저항하다 죽은 이들이 아니라 ‘희생만이 일치와 화해, 사랑과 평화를 이 땅에 심어줄 수 있음을 목숨 걸고 보여준 이들’”이라며 “우리가 진정으로 4.3 정신을 기리고자 한다면 우리 마음속에 꺼져가는 ‘희생심의 불꽃’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주교는 “4.3이 돌에 새겨진 역사의 기념일로만 기억될 때 우리의 미래는 닫혀버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기억하고 계속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강연을 마무리하면서 문창우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매일 미사를 드리는 것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4.3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5일 제주 아스타호텔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잊혀진 주제들 – 4.3연구노트’를 주제로 이규배 제주4.3연구소 이사장이, ‘과거사 청산에서의 4.3운동,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주제로 염미경 제주대학교 교수가, ‘제주4.3시기 언론의 4.3인식과 보도의 변화’를 주제로 허호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발표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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