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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신앙이 살아 있는 교회
  • 이기우
  • 등록 2022-11-23 2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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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 외(2022.11.24.) : 묵시 18,1-19,9; 루카 21,20-28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이후에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통하여 세상을 다스리시고,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믿는 이들에게 보내시어 세상을 다스리십니다. 성령께서 믿는 이들을 이끄심에 있어서는 선과 악으로 나타나는 징표를 사용하시는데, 이 징표를 식별하여 믿는 이들은 세상을 하느님 나라로 바꾸어 나갑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하셨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인 사두가이들과 바리사이들이 성전 제사와 율법 지식을 무기로 삼아 치부하면서 정작 하느님의 뜻을 외면하고 있었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전하던 예수님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을 만큼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유다교는 사악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한 세대만인 서기 68년과 70년에 혁명당원들이 일으킨 독립전쟁에서 로마군이 이들을 진압하면서 성전과 도성을 깡그리 파괴하였고, 그 이후 2천 년 동안 유다인들은 전 세계로 흩어져 떠돌며 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독서에서 사도 요한은 로마 제국의 멸망을 예언하였습니다. 그는 묵시록에서 여러 가지 상징을 쓰고 있는데, 바빌론은 로마 제국, 용은 악마, 바다는 지옥, 666은 네로 같은 로마 제국 황제, 천사는 주교 같은 교회 책임자, 일곱 등잔은 교회, 흰 색은 하느님의 영광, 붉은 색은 믿는 이들의 피를 흘리게 하는 악의 사악함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가 묵시록을 쓸 당시에 네로의 박해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일어난 일이었고, 그 이후에 후임 황제들도 조직적으로 그리스도교를 박해하고 있었지만 아직 멸망의 징조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 실제로 로마는 요한 이후에 5현제 시대를 맞이하여 제법 번성합니다. 영토도 최대로 넓어지고 인구도 7천만 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하였습니다 - 그런데도 그가 로마의 멸망을 내다볼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수님께서도 그러하셨던 것처럼 악의 속성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정복할 나라가 없어지자 전쟁도 사라지는 바람에 노예 공급이 끊기게 되니까 노예 노동을 근간으로 한 경제력은 성장을 멈추었고, 넓어진 국경을 수비하느라 군대들이 변방의 속주에 자리잡게 되면서 정작 로마 제국의 수도인 로마의 활력이 떨어지게 되었는가 하면, 군대의 구성도 로마 출신보다는 속주민이나 게르만족 출신으로 충당되면서 결속력과 충성심이 심히 약화되어 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는 제국 통치에 대한 불만을 돌리기 위한 동기에서 번영의 쾌락을 구가하기 위한 유흥처럼 원형경기장 등에서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사도 요한은 예언자적 통찰력으로 이런 사악한 제국의 임박한 종말을 일찌감치 내다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기 70년에 예루살렘이 멸망한 후 유다인들이 많이 학살당하기도 했고 로마로 끌려가서 강제 노동을 하는 포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자들도 각지로 흩어져야 했는데, 사도 요한은 예수님께서 맡기신 유언대로 성모님을 모시고 에페소로 갔습니다. 


이때부터 초대교회의 본산은 에페소를 중심으로 한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가 되었습니다. 일곱 교회의 신자들 역시 황제숭배를 강요하던 로마제국의 박해를 받고 있었으며, 각지로 흩어진 채 디아스포라를 형성한 신자들도 유다교 신자들의 고발 위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세리 출신의 제자였던 마태오가 세리로서 직업상 지녔던 특유의 영민함을 발휘하여 또 다른 복음서를 쓴 때가 이 무렵입니다. 그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에 관한 전승을 원 자료로 삼고, 마르코 복음서도 참고하되 예수님의 가르침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다섯 설교를 집대성한 마태오 복음서를 내놓았습니다. 산상설교(5-7장), 파견설교(10장), 비유설교(13장), 공동체설교(18장) 그리고 종말설교(24-25장)가 그것입니다. 


그가 강조했던 바는, 마르코의 십자가 비밀사상을 이어받은 ‘교회’와 ‘부활 신앙’이었습니다. 십자가를 짊어지신 예수님께서 나무로 된 십자가만을 짊어지셔야 했던 것이 아니라, 복음을 선포하거나 제자를 양성하는 과정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어려움을 감당하셔야 했던 이유는 바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세례 받은 신자들이, 이제는 예수님처럼 ‘하느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이라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함을 역설했던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야말로 ‘교회’라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의 생명이자 활력은 오로지 부활 신앙에 의해서만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서는 ‘교회에 대한’, ‘교회의’ 복음서입니다. 


박해 중이라서 번듯한 성전 건물 하나 없는 가운데에서도 마태오 복음서를 통해 생생한 ‘교회 의식(意識)’을 충전 받은 신자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에 충실한 가운데 서로 빵을 나누는 미사를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봉헌했는가 하면, 서로가 가진 것을 자기 소유로만 가지고 있지 않고 가난한 이들과 공동체를 위해 아낌없이 내 놓음으로써 공동 소유의 몫을 마련하였습니다(사도 2,42-47; 4,32-37 참조). 교우 여러분! 정당한 교회 의식이 희박해져 가는 오늘날, 부활 신앙이 살아 있는 교회를 새로운 예루살렘으로 세워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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