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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신앙, 이전과 이후의 삶과 죽음
  • 이기우
  • 등록 2022-11-19 12: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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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간 토요일(2022.11.19.) : 묵시 11,4-12; 루카 20,27-40


인류의 역사는 신체의 진화기, 의식의 진화기 그리고 영성의 진화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구석기시대에 신체의 진화는 완성되었습니다. 직립하여 두 발로 걷고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며 불을 발견하여 단백질 섭취가 풍부해지자 두뇌용적이 커져서 의식작용이 가능해진 때부터 각종 도구를 만들어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의사를 소통하기 위해 언어가 발달했으며 말을 글로 기록하여 남기게 되면서 인류는 문명을 이룩하여 씨족과 부족 단위에서 국가 단위로 생활을 발달시켰습니다. 이 시기가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입니다. 


인간의 의식이 자신을 의식하게 된 무렵부터 하느님께서 개입하셨습니다. 이에 관한 기록이 창세기인데, 최초의 인간에 해당 되는 카인이 농부요 아벨이 양치기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신석기시대의 기록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구석기시대와 마찬가지로 식량과 영토를 둘러싼 다툼은 그치지 않고 도구의 발달에 따라 무기가 발달하면서 전쟁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래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주어진 하느님의 법인 십계명은 이 단계에서의 공존을 지시하는 윤리체계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의식이 타인과 공감하면서 창조주와도 공감할 줄 알게 된 무렵에 구세주를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께서는 인류에게 신체적 진화와 의식의 진화를 바탕으로 영성의 진화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을 펼쳐 보이셨습니다. 이것이 하느님 나라와 영원한 생명의 복음 그리고 부활 신앙입니다. 


진화의 어느 단계에 태어났건 간에 상관없이 모든 생명체는 어느 것이나 또 누구나 소멸할 운명을 타고 납니다. 이것이 죽음입니다. 죽기 이전의 개별적 삶과 공동체적 삶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인 윤리를 규정해 주고 이에 따라 살아가도록 인간의 의식은 진화해 왔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를 넘어서 질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부활의 삶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죽음은 개체의 소멸이지만 부활은 하느님 생명에로 합해지는 탄생입니다. 비단 죽음 이후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에도 하느님께로 의식을 개방하고 통공을 할 수 있으면, 회개한 우리의 인생은 개별 차원에서 공동체 차원으로 더 나아가서는 인류 공동체를 거쳐 하느님과의 합일로 나아갑니다. 이는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하느님께 합일된 존재들 모두의 큰 삶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인간이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이런 진화 과정을 거부하면 의식은 퇴화하고 육신의 죽음 이후 영혼은 영원히 소멸하고 맙니다. 하느님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혼은 하느님의 영과 단 한순간이라도 끊어지게 되면 악마의 영이 가로채 버립니다. 의식의 진화가 영성의 진화에 의해서 견인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성의 진화에로 도약하기를 거부한 인류 문명이 퇴화된 의식으로 여전히 서로 다투고 전쟁하는 야만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 유대인들은 이에 대해 막연한 의식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특히 성전 제사를 장악한 사두가이들은 종교적 지배권에 눈이 어두워져서 매우 편협한 의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괴한 논리로 예수님께 질문을 던졌습니다. 바로, 일곱 형제와 혼인한 여인의 부활 후 처지에 관한 궤변(詭辯)입니다. 이 한심한 질문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너희가 성경도 모르고 하느님의 능력도 모르니까 그렇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마르 12,24). “저 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는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루카 20,34-36). 


즉, 예수님의 말씀은 현세의 삶보다 한층 차원 높은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 부활이고 거기에서는 개체의 생명을 존속시키기 위한 번식활동이나 이를 규정하는 윤리가 무의미하며 개체의 생명보다 더 크고 넓은 범위에서 공동체의 생명을 거쳐서 모두가 하느님의 생명 안에서 더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데, 이것이 우리네 육신이 죽기 전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식의 진화 단계에서 영성의 진화에로 도약할 수 있게 해 주는 복음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러한 예수님의 복음선포를 무시하고 마냥 죄악을 저지르고 있는 자들에게 ‘올리브 나무’와 ‘등잔대’라는 증인을 등장시켜서 누구에게나 예외없는 엄정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의식의 진화 정도가 영성의 진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들의 운명은 육신의 죽음으로 끝이 날 것이고, 영성의 진화 단계에 들어가 부활한 이들은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하느님과 함께 이 세상의 남은 사람들을 다스리고 이끌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부활 이후의 삶에 대해 사도 요한이 환시를 보고 전해준 계시입니다. 


오늘 미사의 복음 환호송으로 마치겠습니다.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2티모 1,10 참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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