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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령의 핵심 키워드는 ‘성직’과 ‘권력’ 분리
  • 끌로셰
  • 등록 2022-06-21 16: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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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했던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가 발효되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성’(congregation)에서 ‘부서’(dicastery)로 명칭이 변경됨에 따라 기존의 성과 평의회는 모두 부서로 통폐합된다. 예를 들면 기존의 ‘경신성사성’은 ‘경신성사 부서’와 같은 식으로 변경되는 셈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기관으로는 무엇보다 새 교황령에 따라 제1의 지위를 갖게 된 ‘복음화 부서’다. 복음화 부서는 기존의 인류복음화성과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통합된 부서다. 


새 교황령은 복음화 부서를 오랫동안 교황청의 ‘교리 수호자’로 알려진 신앙교리성보다 먼저 제시하고 있다. 교황청, 나아가 보편교회가 ‘가르치고 통제하는’ 성격보다는 ‘나눔과 베풂’을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 중요성에 걸맞게 복음화 부서는 교황의 직속 기관이 된다. 그리고 해당 부서에는 교황을 보좌하는 두 명의 장관이 임명된다. 이는 복음화 부서의 업무를 더 많이 살피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와 동일한 의미에서 기존의 교황청 시설에서 세 번째 지위의 부서로 격상된 ‘자선 부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 이 부서의 전신인 교황청 자선소는 기존의 위원회나 성과 같은 교황청 조직이 아닌 개별 기관이었으나, 로마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직 개편으로 평가된다. 

 

이번 교황령 발효에 따라 교황청의 경제를 담당하는 사도좌 재무원은 교황청의 ‘최고기관’으로 알려진 국무원이 수행해왔던 교황청의 인적자원 관리 업무를 이어받게 됐다. 


이를 앞두고 지난 2일 재무원 장관 후안 게레로(Juan Antonio Guerrero Alves) 사제는 교황청 장관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인적자원 관리 개선을 위한 의견을 모아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국무원에 몰려있던 막강한 권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국무원 기능을 분산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전에도 교황은 국무원이 활용할 수 있는 부동산 등 재산을 다른 부서들로 이관시키고 국무원도 재무원의 감사를 받도록 규정한 바 있다. 


이외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편교회의 여러 결정을 내리는데 주로 활용해온 주교시노드, 즉 ‘주교대의원회의’가 더 이상 ‘주교’의 전유물이 아님을 드러내기 위해 ‘주교대의원회의사무국’이 아닌 ‘대의원회의사무국’(라틴어 : Secretaria generalis synodus)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뿐만 아니라 교황청 부서를 대표하는 장관직 등을 추기경이 아닌 평신도, 수도자가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공식화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번 새 교황령의 핵심 키워드는 ‘성직’과 ‘권력’을 분리하려는 대대적인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임명한 21명의 추기경들 역시 흔히 추기경이 배출되는 주요 국가나 수도가 아닌 ‘존재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곳, 즉 추기경이 선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추기경을 선발했다는 점에서도 성직과 권력을 분리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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