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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 [이신부의 세·빛] 하늘나라의 참된 행복이 우리 인생의 목표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11-02 11:22:48
  • 수정 2021-11-05 17: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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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의 날(21.11.02.)  : 욥 19,1-27; 로마 5,5-11; 마태 5,1-12

 

오늘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되, 특히 연옥 영혼들이 하느님 나라에 올라가시도록 기도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영혼을 위로하여, 그들의 지녔던 의로움이 하느님의 거룩하심의 빛을 받아 거룩하게 변화되기를 기도하는 날인 것입니다. 

 

욥은 의로운 사람으로 하느님께 인정받았지만 사탄이 이를 시험하는 바람에 뜻밖의 불행을 겪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사탄의 계략에도 불구하고 욥은 당신께 대한 신앙과 희망을 꺾거나 저버리지 않으리라고 장담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는 욥의 의로움뿐만 아니라 거룩함까지 믿으셨던 것입니다. 과연 사탄은 몸의 질병에다 재산 탕진, 자녀들의 불행까지 보내어 욥을 괴롭히고 궁지에 몰아넣었지만, 욥은 한결같이 하느님을 믿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수많은 욥들이 그분 주변에 모여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의로움을 익히 알고 계셨습니다. 불의에 분노하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위로해 주셨고,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온유한 이들에게 같은 마음을 지닌 이들이 함께 살 수 있게 허락하셨습니다. 그것이 ‘땅’이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공동체였습니다. 


늘 의로운 일을 하려고 준비되어 있었던, 그래서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처럼 살던 이들에게는 누구라도 그가 그분과 함께 의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허락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비가 필요한 이들에게 자비를 아낌없이 베푸셨으며 당신과 제자들도 마음이 자비로운 여인들로부터 자비를 기꺼이 받으셨습니다. 


마음이 깨끗한 이들에게는 하느님을 보여 주셨고, 평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평화야말로 하느님의 큰 뜻임을 밝히시고 그들이 하느님을 닮은 자녀임을 칭찬하기도 하셨습니다. 이들 모두는 그들이 지닌 의로움 덕택에 현세에서 이미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온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온전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 나라를 이미 차지했다는 선언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이 합격 선언은 오직 두 부류, 즉 마음이 가난한 이들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당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졌습니다. 심지어 의로움 때문에 모욕당하고 박해당하며, 거짓말로 중상을 당하고 사악한 말로 비방을 받는 이들에게는 이 합격 선언에 더하여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고까지 칭찬하셨습니다. 


이들은 그 모든 박해의 고통, 즉 모욕과 중상 비방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 박해를 가하는 악인들에게 저주를 퍼붓고 대항하는 대신에 박해의 원인이 되었던 의로움을 포기하지 않고 자그마한 흠결이라도 기억해 내어 더욱 정화시키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세에서 인정받으려는 욕심 아닌 욕심조차 다 버리고 하느님으로만 자신들의 마음을 채운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늘나라의 참된 행복을 선언 받는 이 여덟 부류의 사람들 가운데 두 번째부터와 일곱 번째까지의 부류는 첫 번째와 여덟 번째 부류처럼 더 정화되고 더 성화되어야 할 연옥 영혼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연옥도 천당이나 지옥 같은 독자적인 범주가 아니라 천당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들 역시 하늘나라의 참된 행복을 누리고 있음을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단지 그들이 천당에 들어가 완전한 거룩함을 누릴 때까지는 우리 남은 이들의 기도와 선행과 보속으로 성화를 완성함으로써 모든 성인들과의 통공을 이룩하는 신비를 세상에 증거하기 위해서 오늘 위령의 날이 전례에 배치된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의로웠지만 충분히 거룩하지 못하여 연옥에 계신 영혼들을 위해 기도와 선행과 보속을 바쳐 드리면, 그분들이 천당에 들어가 온전한 거룩함으로 온전한 성인이 될 때에 다시 우리를 위해서 전구해 주실 것이고 우리를 도와주는 천사가 되실 것을 우리는 모든 성인의 통공을 고백하며 믿습니다. 

 

이것이 우리 남은 이들의 희망입니다. 이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늘나라의 참된 행복을 누리게 해 주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교우 여러분, 하늘나라의 참된 행복이 우리 인생의 목표입니다. 이 참된 행복을 누리기 위한 의로운 거룩함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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