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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이 부동산으로 고통 받는 지금이 기회다 - [‘땅갖기’ 아닌 ‘땅쓰기’로 바꿔야 ②]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가 필요한 이유
  • 이원영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6-11 14:25:20
  • 수정 2021-06-11 14: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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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주거권은 ‘보편적 복지’의 대상을 넘어 ‘기본적 인권’의 하나로 간주될 때가 왔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했다. ‘잠자고 쉬는 것’은 ‘먹고 생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생체적인 일이다.


게다가 헌법 제35조를 보면, “①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거의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표현이다.


싱가포르 토지 소유의 비밀 



우리 택지개발방식의 원조격인 싱가포르는 국가가 땅장사를 하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초 독립 당시 국유지가 40%대에 불과했지만 토지수용을 통한 택지개발을 하면서 90% 수준까지 국유지를 늘렸다. 수용에 의해 개발한 토지는 모두 국유로 돌리고 개인에게는 임대만 해줬다. 개인은 그 위에 지은 주거용 건물을 소유한다(HDB).


주택이라는 이름의 건물은 개인이 갖도록 하지만 토지는 국유상태 그대로이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니 땅값 상승에 의한 불로소득은 발생하지 않고, 80%가 넘는 국민은 저렴한 값으로 장기간 거주할 집을 마련했다. 물론 민간이 자유롭게 거래하는 토지사유 주택시장도 있다. 비율은 크지 않지만 그런 주택은 비싸게 거래된다. 자유시장경제도 존중되고 있다.


이젠 우리나라도 헌법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국가적 능력을 갖추었다. 노숙자일지라도 안전한 거주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옳다. 헌법에 어긋나는 수용개발 후 매각은 지금이라도 중단을 천명해야 한다. 국가는 공공보유의 원칙을 천명한 후 다양한 방식의 임대로 가야 복지에도 부합되고 장기적으로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헌법 제122조에 들어 있는 기본개념은 땅주인에게 제한과 의무를 부과하려면 '국민 모두의'라는 공익적 가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의 개발에 의한 이익은 반드시 공익화된다는 선명성을 보여주어야 땅주인에게 협조를 강제할 수 있다. 그게 헌법적 가치다.


민간이 개발하는 경우와는 달리, 공공이 개발하는 택지의 경우에는, 토지임대 후 건물분양을 하거나, 토지임대 후 건물임대를 하게 되는 ‘공공적 주거’야말로 헌법상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정책이다. 요즘 나온 ‘경기도형 기본주택’도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후자의 건물까지 임대하는 보통의 장기임대주택은 건물수명이 짧은 편이다. ‘내집’이 아니므로 관리가 소홀히 되기 쉽다.


반면 전자와 같이 건물을 개인소유로 해서 자유롭게 되팔거나 공공환매가 가능하도록 해주면 내집처럼 아껴 쓴다. 게다가 이자율이 낮은 시대여서 자금회전에 목마를 이유도 없다. 바로 싱가포르 방식의 이런 절약은 기후위기시대의 문법도 되는 것이다.


수용한 토지는 공공이 보유한 채, 주거시설만을 임대하거나 분양하는 ‘공공형 장기임대주택’이야말로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소유의 권리보다 접속의 권리를 중시하는 신세대의 트렌드와도 부합한다. 이젠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만이 남았다. 이 인구절벽시대에 젊은이들에게 확실한 비전 하나를 줄 수 있다. 통일이 되더라도 한반도의 기본적 정책이 될 수 있다.


보유세는 16조원, 취득세는 19조원…선진국형으로 바꿔야 


최근 제안되고 있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가 유력한 방법이다. 국민을 고객이 아니라 변화를 함께 주도해갈 주체로서 예우하는 게 맞다. 보유세 내는 이들에게 명예를 주는 현실적 방안이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다. 우리는 보유세는 낮고 취득세는 높은 잘못된 구조다.


통계를 보면 2019년 보유세 16조원(재산세 13조 원, 종부세 3조 원)인데, 취득세는 19조 원이다. 이 구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꾸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복지에 크게 기여토록 하는 것이다. 마치 1990년대까지 낙후되어 있던 우리의 화장실 수준을 전환적 사고로 세계 최고의 화장실로 바꾸었던 사례처럼.


관건은 징수의 기술적 방법이다. 지가가 아니라 지대를 기준으로 징수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공시지가의 산정에는 허점이 많다. 미실현가치인 지가를 기준으로 과세하면 기준자체가 불공정할 가능성이 많다. 현시점에 시행한다면 이미 만들어져서 활용되고 있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더라도 향후 ‘공시지대’ 즉 토지의 생산력을 기준으로 과세하도록 하는 것이 정확하고 공정하다. 전통적 의미의 수조권(收租權)과 유사하므로 정통성이 있다.


보유세 증가가 임대료로 전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주택자들의 빈집 매물들이 있는데다, 이들이 시장에서 소진된 이후에도 주거공급이 충분하다면 전가가 발생하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하다면 서서히 임대료가 상승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거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지역이 나타날 수 있는 바 그 경우 임대수요자에게 기본소득은 전가를 극복할 수단이 된다.


지대는 주거의 경우에는 ‘확정일자’ 등으로 장소와 주거유형에 따라 이미 정확하게 집계되고 있는데, 상가의 경우는 객관적 조사가 필요하다. 농지 등은 생산량 기준으로 산정하면 어렵지 않다. 요는 단기간에 ‘공시지대’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공시지대가 완비될 때까지는 공시지가로 국토보유세를 과세하되, 누진적 보유세율을 적용하되 재산세를 감면하면서 동시에 징수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차등을 둔다.


1) 법인은 현금징수한다. 능력 안되는 법인은 부동산을 처분한다. 대개 비업무용부동산일 것이다. 절대다수다. 어떠한 시나리오로 시책안을 만들더라도 전체 기본소득 재원의 1/3 이상은 법인의 보유세로부터 나온다. 남기업 박사팀이 작년에 작성한 유력한 시나리오를 보면 재산세가 감면된 국토보유세를 징수한 총금액 68조 원 가운데 25조 원이 법인들로부터 거두게 된다. 그중 23조 원은 대기업 몫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돈이 많다. 과거와는 다르다. 그들의 성공에는 국민들 몫도 있다. 그들도 합리적인 배분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한편, 업무용부동산의 보유비용이 높아서 처분하게 되면 국가가 매입 후 다시 임대해준다. 비업무용부동산이 처분되고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토지 공급에 고전할 요인이 줄어든다.


2) 개인도 다주택자는 현금징수한다. 다주택자는 보유능력이 안되면 처분해야 한다. 그 공급물량이 시장에서 흐르도록 해야 한다. 시나리오로 보면 과세표준액으로 50억 원 넘게 보유하고 있는 2만 5천 명이 납세할 금액이 5조 원쯤 된다. 그들에게 명예를 줄 수 있다.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기부’한다는 개념으로 돕도록 해야 한다.


3) ‘똘똘한 한 채’는 과세이연 혹은 사후납부가 가능하도록 한다. 모든 실거주 1주택자도 마찬가지다. 그래봐야 징수총액의 비중으로 보면 얼마 안된다. 연연할 필요 없다. 주거용 실거주자에게는 지가상승분이 미실현가치이므로, 즉 거래나 권리변동되기 이전까지는 미실현된 가치이므로 이에 대한 과세도 현금징수가 아닌 미실현과세의 형태로 매겨두는게 좋다. 거래/상속/증여 등 권리변동시에 현금으로 징수하면 된다. 현금징수보다 지분과세 후 사후 납부가 더 이치에 맞는 부분이 있다. 미리 현금으로 납세하면 깍아준다.


4) 이때, 거래발생시 양도세로 매기면 되지 않는가의 주장도 있다. 원래 원리적으로 이자율과 연동된 보유세율이 필요하다. 현금징수하지 않더라도 보유세율을 미리 매겨두면 그 자체로 상승억제의 효과가 있다. 미래전망이 확실해지므로 그 전망이 지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양도세로 매길 경우는 세율과 부과금에 합리적 근거를 세우기 어려운 점이 있다.


뼈대로 삼아야할 세가지 정책이 있다


원가를 회수하면서도 얼마든지 평생 거주하는 좋은 위치, 좋은 품질, 저렴한 중산층용 초장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다. 전 국민이 부동산에 고통 받고 부동산문제 해결을 원하는 지금이,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제도를 질적으로 바꿀 절호의 기회다. 과감하게 신속하게, 하지만 섬세하게 해야 한다. 지금 지구촌이 한국에게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 지구촌 토지정책의 시범을 보일 때다.


이상을 요약하면, 첫째, ‘경기도형 기본주택’과 같은 공공형 주거로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한다. ‘사람답게 주거할 수 있는 권리’를 복지를 넘어 헌법의 기본권으로 간주하고, 걸맞는 원칙을 천명하도록 한다. ‘국가가 땅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의 천명이 필요하다.


먼저 분양받은 이들은 유리한 위치에서 더 부유해지는데, 그 땅값이 소유자의 노력보다는 공공의 자원을 흡수한 것이어서 대중의 불만은 더 커진다. 집값이 비싸면 없는 집 젊은이들은 한 차례의 판단으로도 집값 향방에 따라 평생의 부가 좌우되는 도박판에 놓인 신세가 된다.


공공이 개발하는 모든 택지의 공급은 임대로만 추진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누구나에게 ‘실거주용 내집마련’을 보장한다. 주거단위의 공급은 항상 넉넉히 유지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시장이 요동치는 법이다. 우리 수도권이 비좁다고는 하지만 직주근접의 사용가치가 큰 땅은 얼마든지 있다.    


둘째,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로 획기적인 전환을 추진한다. 부동산이 복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세련되게 추진한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획기적인 정책이다. 법인과 다주택보유자, 똘똘한 한 채를 포함한 실거주자 등에 대한 징수방식을 상기 설명처럼 세련화한다. 중장기적으로 과세기준을 ‘공시지대’로 전환하여 시행한다. 이렇게 해서 부동산 불로소득을 전환하여 복지수준을 일거에 상향시킨다.


기본소득은 시대변화를 선도하는 경제정책이자 인권정책이다. 국민 개인이 시장경제 속에서 생존하고 생활하는 그 자체로 기여하는 바가 크다. 삶의 존엄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선별적 복지가 시혜의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없는 행정의 대상이라면, 기본소득은 주인으로서의 당연한 기본권이나 같다. 그 돈을 수조권과 유사한 토지사용료를 거두어서 조달되도록 하면 불로소득을 건전한 재정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도 있다.


셋째, 시장경제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부동산양극화를 근본부터 시정한다. 1)부동산 거시적 변화의 기둥인 금융정책을 섬세하게 제어한다. 여기에는 금리정책과 시중은행의 통화창출형 대출정책에 대한 견제가 기둥이다. 2)법인의 비업무용부동산에 대한 전향적 정책을 전개한다.


우리 국민은 진실된 보편가치에는 민감하다. 정의와 공정은 중요한 보편가치다. 국민이 함께 노력한 눈부신 발전인데, 그 열매가 가진 자만의 이득으로 되고 있다. 공정하지 못하다. 토지사용시장을 복원하면서 국민이 함께 투입한 노력을 공정하게 되돌려 받는 세상을 열어가는 것, 그것이 올바른 정책이다.


전통적인 토지관과도 부합되는 길이다. 공동체의 유지비용은 토지의 사용료에서 나온다는 것, 이것이 오랫동안 내려오는 왕토사상의 요체다. 공자가 애송한 시경의 구절은 바로 그 뜻까지 들어있는 것이다.


▶ ①편 보기 



이원영(수원대 교수, 생명·탈핵실크로드순례단장)



[덧붙이는 글]
이 글은 < 오마이뉴스 >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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