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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라 - [이신부의 세·빛] 섬기는 사람, 섬기는 교회, 섬김의 진리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3-02 18:17:39
  • 수정 2021-03-02 18: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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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화요일 (2021.03.02.) : 이사 1,10.16-20; 마태 23,1-12




▲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가로막는 장벽(사진출처=The Guardian)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너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에제 18,31, 복음 환호송). 


예수님을 본받아 하느님을 닮아야 할 우리에게 오늘의 말씀은 매우 전형적입니다. 즉,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라는 권고입니다. 


그 죄악의 실상에 대해서 이사야 예언자는 동족의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소돔의 지도자’, ‘고모라의 백성’이라고 불렀는데, 이 두 고을은 하도 죄가 많아서 유황불로 심판을 받아 멸망한 곳이고 보면, 이사야는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어조로 힐난한 것입니다. 그만큼 이사야가 보기에 당시 남유다왕국 사람들의 악한 행실이 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회개하여 갖추어야 할 새 마음과 새 영으로서, 선행을 배우고, 공정을 추구하며, 억압받는 이들을 보살피되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되찾아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에 비해서 예수님께서는 당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위선적 행태를 들어 그 죄악의 실상을 고발하셨습니다. 이를테면 본래는 성냥갑 크기의 상자에 중요한 성경 구절을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기도하기 위해 고안된 성구갑을 본 크기보다 더 넓게 만들어서는 이를 담는 옷자락 술까지 더 길게 늘여서 많은 성경 메모를 가지고 다니며 열심히 기도하는 척 한다든지, 잔칫집에서나 회당에서 높은 사람들이나 앉는 윗자리를 좋아한다든지,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거나 사람들에게서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하는 버릇 등이었습니다. 


이렇게 거룩하게 보이려 하고 존경받기를 원하는 그들이 모세의 권위로 사람들에게 율법을 가르치면서도, 자신들은 그 가르침대로 행하지 않기 때문에 위선자로 고발하신 것입니다. 


이러한 위선의 죄악상에 대하여 예수님께서는 새 마음과 새 영으로 겸손하게 서로 섬기는  태도를 주문하셨습니다. 이는 당신의 제자가 되자면 반드시 짊어져야 할 십자가로서, 이를 거부한다면 결코 당신을 따를 수 없다고 단언하신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23,11)는 말씀과,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는 말씀은 맥락상 동일한 말씀입니다. 이 섬김의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제자들은 ‘세상의 빛’(마태 5,14)이 되어 죄악의 어둠을 비출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시작한 교회 쇄신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일이 자신이 부여받은 소명이라고 천명한 바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소명을 완수하기 위하여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시한 문서 「공동합의성」의 제1항에서, 공동합의성의 여정은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으로서,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교회의 본질적 차원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겸손하게 서로 섬길 줄 아는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이 제자의 본분이라는 오늘 복음 말씀을 현대적인 용어로 바꾸면,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함께 식별하고 함께 실천하기 위한 모든 논의에 있어서 공동합의성을 이루는 일과 같은 것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석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공동합의성이야말로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직무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석의 틀입니다(9항). 그래서 이 문서의 본 제목도,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의 공동합의성」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아직도 세상이 죄악으로 가득 차 있어서 어둡다는 것은 겉으로 본 모습이나 물리적인 어둠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개인의 마음이건,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에서건, 단체나 조직 상호 간이건, 심지어 국가와 국가 간에서건, 서로의 이익을 앞세울 뿐 대화와 타협과 공존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툼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고, 바로 이런 현실을 두고 죄악이 가득 차 있다거나 어둡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의 교계제도를 비롯하여 그리스도인들의 모든 생활이나 활동의 논의과정에 있어서 겸손하게 서로 섬길 줄 아는 십자가를, 공동합의성의 구조를 통해 보여주는 일이 그토록 소망스럽고 필요한 것입니다. 다음은 이에 대해 부연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으로 현존시켜야 하는 교계 직무의 특별한 사명이 존중되면서도 평신도들이나 수도자들을 배제시키는 성직주의로 변질되지 않고 오히려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복음화를 위한 능동적 주체로 나아갈 수 있는 신자들의 신앙 감각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교회 헌장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의 공동합의성을 실천하는 것은 하느님의 백성 전체가 참여하는 선교의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필수적인 전제입니다. 


이는 가톨릭교회를 쇄신시키는 길인 동시에 갈라진 형제들, 그러니까 동방 정교회의 그리스도인들과 개신교 공동체의 그리스도인들과도 다시 일치하려는 노력에 있어서도 중심적인 과제입니다. 공동합의성이 충만한 친교를 향한 길을 함께 걸어가자는 초대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갈라진 이후 서로 발전시켜온 다양한 카리스마들을 서로 배우면서 교회에 대한 이해와 체험을 더욱 풍요롭고도 올바르게 해 줄 것입니다” (9항).


그리하여 이 사순 시기에 우리에게 요청되는 회개는 우리가 섬기는 사람이 되고, 우리가 섬기는 교회가 되어서, 우리를 보고 세상 사람들이 섬김이 진리임을 발견하는 되는 것입니다. 우리 한 민족의 고난 현실 속에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뛰어들어서 보여주고 증거해야 할 바가 여기에 있습니다. 섬김의 십자가로 부활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또한 우리 민족도!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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