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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수녀, “저 어린 생명이 아니라 제 생명을 거둬가소서”
  • 강재선
  • 등록 2021-03-02 18:15:41
  • 수정 2021-03-18 16: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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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앞에서 무릎을 꿇은 누 따우엥 수녀(사진출처=찰스 마웅 보 추기경 SNS)


'피의 일요일'. 지난 28일부터 미얀마 각 도시에서 대규모 거리시위가 일어나자 군부가 이를 진압하기 위해 발포를 시작했다. 우리로서는 5.18 광주항쟁이 자연스레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소식이다.


미얀마 주재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군부의 발포로 28일 하루에만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사망, 부상 증가 사실에 깊은 슬픔을 느끼며 평화로운 시위자들을 상대로 살상 무기를 사용하고 임의로 체포하는 일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주재 유엔 인권사무소는 “미얀마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군부와 경찰은 이러한 기본권을 존중해야하며, 폭력과 유혈 사태로 탄압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미얀마 현지 언론 가운데 < Myanmar Now >는 SNS를 통해 군부의 총격으로 사망한 이들의 명단과 피해 사진을 생생히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미얀마 가톨릭 추기경 찰스 마웅 보(Charles Maung Bo) 를 비롯한 미얀마 시민들은 SNS 상에 지난 1일 미얀마 경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한 수녀의 사진이 공개했다. 교황청 공보 < L'Osservatore Romano > 도 이 사진과 함께 '안나 수녀의 용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 (사진출처=찰스 마웅 보 추기경 SNS)



사진 속에서 경찰을 향해 진압을 멈춰줄 것을 애원하고 있는 수녀의 이름은 누 따웅(Ann Nu Thawng)으로, 미얀마 북부 미치나(Myitkyina) 교구 프란치스코하비에르사도회(SFX) 소속이다.


누 따웅 수녀는 군부와 경찰 앞에서 “하느님, 저 어린 생명을 구하시고, 제 생명을 거둬가소서”라고 기도했다.


공보는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누 따웅 수녀는 지금까지 길거리에서 힘차게 행진하여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이 젊은이들에게 침묵, 기도, 영적 격려를 통해 지지하며 수도원 안에 머물렀다. 그러나 어제(28일) 이러한 도덕적 지지를 용기 있는 행동으로 변모시켰고, 이는 학살 사건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카친 주의 수도 미치나에는 지역 인구의 3분의 1인 55만 명이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그리스도교인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28일 군부의 유혈 진압에 따라 50여명의 청년들이 체포되었다.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공포탄과 최루탄을 사용했다.


시위대가 프란치스코하비에르사도회 수녀들이 살고 있는 산 콜롬바노 수도원 근방에 당도했을 때 수녀들은 총성, 비명소리와 함께 군부의 시위대 진압 장면을 목격했다. 


이에 누 따웅 수녀는 순식간에 수도원 밖으로 나가 시위대 진압 경찰들에게 “쏘지 말라, 죄는 사람들을 죽이지 말라. 차라리 나를 쏘라”라고 말했고, 이러한 행동에 경찰들은 진압을 잠시 멈췄다. 진압 경찰들 역시 젊은 청년들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진압을 강행하지 못했고, 그들 역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 따웅 수녀의 도움으로 수녀원에는 100여 명의 시위대가 숨었고, 시위 가운데 부상을 입은 40여 명은 수도회가 운영하는 진료소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시위에 참가했다가 수도회에 피신한 가톨릭신자 야다나르 미앗 코(Patricia Yadanar Myat Ko)는 “우리는 수녀님의 기적적인 개입으로 구조를 받았다”며 “수녀님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며, 그분께 우리 생명을 빚졌다”고 말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2일에도 양곤 술래 파고다 근방에서 다시 평화시위를 시작했다.


한편,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 대사는 2일 “이사회 의장으로서 (미얀마에 관한) 강도 높은 논의를 압박하는데 시간을 들였으면 한다”며 국제사회로서 유엔 안보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유엔 안보리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깊은 우려”를 표하기는 했으나 이는 안보리 상임국인 중국와 러시아가 미얀마 군부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데서 비롯된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된 바 있다.


지난 26일에는 초 모에 툰(Kyaw Moe Tun) 주 유엔 미얀마 대사가 전체 연설에서 군부 독재와 쿠데타를 비판하고 그 다음날 군부에 의해 대사직에서 해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3월 1일까지 1,213명이 체포되었고, 그 가운데 913명이 여전히 구금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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