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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톨릭, 매캐릭 보고서에 “주교임명 절차 투명해야” - 주교회의 정기총회서 '주교임명 절차 투명성', '소명의무' 등 논의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11-24 17:41:30
  • 수정 2020-11-24 19: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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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Media)


아프리카계 미국인(Afro American) 출신의 추기경이 최근 교황청이 발간한 매캐릭의 성범죄와 그를 둘러싼 교계제도의 비호를 파헤친 ‘매캐릭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제도 사이로 숨어든 매캐릭의 성범죄를 강하게 비판했다.


"가톨릭교회를 무너트리는 문화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최근 추기경 지명자가 된 윌튼 그레고리(Wilton Gregory) 대주교는 최초의 흑인 워싱턴 교구장으로 임명되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미국 워싱턴 교구는 미국 교구들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교구로 꼽히며, 이곳 교구장으로 임명될 경우 추기경에 서임되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아프로 아메리칸으로서 흑인을 비롯한 인종차별 문제에 강한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매캐릭 역시 워싱턴 교구장을 지낸만큼, 그레고리 추기경 지명자의 입장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그는 보고서를 완독한 뒤에 “이런 비극적인 연대기는 개별 교구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남을 위하는 척했던 기만적인 인간의 손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겪어낸 비양심적인 폭력과 고통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서품 때에 하느님에게 언제나 그분의 소중한 백성을 우선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소통, 능력 등의 결점으로 자신들이 알게된 사실을 잘못 처리한 교회 지도자들의 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매캐릭 보고서는 저를 비롯한 여러분 모두에게  우리 교회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냈으며, 저는 이에 매우 부끄럽고 무척 화가 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 타락한 성직자를 교회 안에 부도덕적으로 품어준 일 이상으로, 가톨릭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무너트리는데 일조한 문화를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워싱턴 교구에서 발생한 매캐릭의 범죄 사실이 없다는데 안도하면서도 “진심으로 워싱턴 대교구의 감시가 계속될 것임을 약속한다”며 “상처 입은 이들의 치유를 지원하고 이러한 범죄의 신고와 대응 방침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캐릭과 동료성직자들의 은폐로 상처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하느님 교회의 사제로서 이러한 부적절한 일을 인지하고도 그에 대한 대응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실패는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1980년대부터 익명 서한, 피해자들의 증언, 동료·후배 성직자들이 매캐릭에 관한 소문과 비위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캐릭에 관한 신고는 1999년까지 교황청에 의해 공식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레고리 대주교는 “매캐릭의 행실에 관해 익명으로 의사를 전달했던 사람들은 매캐릭을 옹호하던 교계제도와 사람들에 의한 보복을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매캐릭 보고서에 관해 “교회가 많이 늦기는 했지만 한걸음 나아갔다”며 “우리가 실망시킨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발걸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아주 많은 것들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독립 가톨릭 매체 < NCR >은 지난 13일, 사설을 내고 “미국 주교들이여, 성 요한 바오로 2세 찬양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는 매캐릭을 워싱턴 교구장에 임명하는 과정에서 매캐릭에 관한 소문이 있다는 사실을 당시 뉴욕교구장 겸 주교성 위원이었던 존 오코너(John O'Connor) 추기경을 통해 전해 듣고도 묵인했다. 또, 전현직 교황대사를 통해 취합한 정보를 국무원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전해 듣고도, 매캐릭이 요한 바오로 2세의 비서였던 스타니슬라우 지비치(Stanislaw Dziwicz) 주교에게 보낸 해명 편지 한 통으로 매캐릭을 워싱턴 교구장에 임명했다.


< NCR >은 “요한 바오로 2세가 많은 면에서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교황청의 전례 없는 매캐릭 보고서가 충격적으로 드러내주듯, 21세기 초반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재앙을 불러일으킨 냉담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미국 독립 가톨릭 매체 < CRUX > 편집장은 “매캐릭 보고서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수준의 디테일이 담겨있다”며 “매캐릭을 승진시킬 때 고위성직자들이 기밀 자문, 속이 뒤틀릴 정도의 디테일한 피해자 증언,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고위 교황청 관계자들의 1차 진술을 보고 있다. 이 정도의 정보 공개는 완전히 새로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매캐릭 보고서와 같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실패가 벌어졌을 때 변명거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교들이 선정되는 방식을 살펴보아야"


미국 주교들도 춘계총회 가운데 매캐릭 보고서에 관해 논의했다. 특히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찰스턴 교구장 마크 브래넌(Mark Brennan) 주교는 대부분 비밀리에 진행되며 교황청 대표단에 의해 처리되는 주교임명 과정이 투명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래넌 주교는 "주교들이 선정되는 방식을 살펴보아야 한다"며 ▲ 주교 후보 선발 명단 공개 ▲ 주교 후보 관련 비위 정보 제출 기간 명시 조치를 제안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가톨릭 월간지 < Commonweal >도 “몇 년 전이었으면 이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매캐릭 고발을 잘못 처리하는데 관여한 이들은 응당한 처분을 받아야하고, 비밀스러운 주교임명 과정은 더욱 폭넓은 자문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교회의 춘계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교회의 측에서 매캐릭 보고서에 관해 불투명한 주교임명 과정과 성직자들의 성적 건강(sexual health) 문제 및 투명성과 소명의무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시카고 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Blase Cupich) 추기경은 매캐릭 보고서가 교회의 “분수령”이라며 “주교회의가 공식적으로 (보고서에 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수피치 추기경은 전 주미 교황대사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매캐릭의 비위를 알고도 은폐했다고 주장했던 마리아 카를로스 비가노(Maria Carlos Vigano) 대주교를 비롯해 그를 옹호한 미국 주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수피치 추기경은 “다시는 우리 주교회의가 교황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그런 일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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