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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걸려 죽기 전에 굶어 죽지 않아야죠” - < 민들레국수집 >이 코로나를 대하는 자세
  • 문미정, 강재선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3-05 20:09:22
  • 수정 2020-03-05 20: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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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고비가 될 것이라는 3월 첫 주, 서울시에서 벌이는 캠페인처럼 사람들 모두 ‘잠시 멈춤’ 상태에 들어간 듯 거리는 한산했다. 학교 수업도 성당 미사도 동네 계모임도 모두 잠시 멈춤이 가능하지만, 먹고 사는 일을 잠시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노숙인들은 이 시국에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들에겐 줄서서 사야하는 마스크가 문제가 아니라 한 끼 식사가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코로나19로 식당을 열 수 없다면, 도시락을 드리죠!


▲ 3일 아침, 민들레국수집은 도시락 준비로 분주했다. ⓒ 문미정


인천 화수동 좁은 골목에서 올해로 17년째 배고픈 이웃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민들레국수집을 찾았다. 이 어수선한 때에 이곳은 더 어수선한 분위기겠구나 싶어서 무거운 마음으로 민들레국수집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전 10시 민들레국수집은,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를 풍기며 가지런한 도시락이 식탁위에 나란히 모여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코로나19로 잠시 문을 닫은 인천의 한 무료급식소 ⓒ 문미정


사실, 한 달 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노숙인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위생관리가 어려운 노숙인들 이다보니 급식소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운게 당연했다. 민들레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씨도 고민을 많이 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기 전에 굶어죽지 않게 하려면 국수집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민들레국수집은 신종플루와 메르스 사태 때도 문을 닫지 않았었다. 


고민 끝에 찾은 대안이 ‘도시락’이다. 처음에는 도시락 용기의 밥 칸 하나에만 밥을 넣고 나머지는 반찬을 채웠지만, 노숙경험자의 조언으로 두 칸에 가득 밥을 담았다. 그 정도는 되어야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것이다.   


▲ 뜨거운 김이 빠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도시락들. 김이 빠지고 나면 도시락 뚜껑을 덮어 마무리한다. ⓒ 문미정


민들레국수집의 배테랑 봉사자들도 처음 해보는 도시락 준비가 서툴렀지만 점점 능숙해지고 있다. 도시락 안에 김치 냄새가 밸까봐 작은 통에 따로 담기도 하고, 도시락으로 하루를 견뎌야하니 사발면과 과일, 빵과 음료수 등을 따로 담아 도시락과 함께 나누어 드리고 있다.  


이날 민들레국수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은 160개. 국수집 주인장 서영남 씨와 베로니카 씨는 평소처럼 다양한 반찬을 준비하고 싶지만 도시락의 한계로 많은 것들을 담을 수 없어 속상한 듯했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서영남씨는 담배 한 갑을 손에 쥐고 민들레국수집 주변 길가로 나섰다. 곳곳에서 등장하는 민들레국수집 손님들에게 담배를 한 개피 씩 나눠주면서 “밥은 어때요? 부족하지 않아요?”라고 살뜰히 챙겼다. 조금 전만 해도 길가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다들 어디에서 나타난 걸까. 


▲ 서영남 씨가 VIP 손님들에게 담배 한 개피를 건네며 안부를 묻고 있다. ⓒ 문미정


“빙산의 대부분은 물에 잠겨있죠?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은 안 보여요. 가난한 사람을 찾으려면 아주 잘 봐야 돼요. 뒤로 돌아서 가보기도 하고, 숨어서 찾아보기도 해야 돼요.” 


서영남 씨가 골목골목을 누비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도시락을 나누어주는 시간 즈음이 되자 국수집 근처 나무 아래와 주차장 구석, 전봇대 옆에 각기 따로 홀로 서서 서성이는 이들이 여럿 보이기 시작했다. 국수집 봉사자의 말처럼, ‘밥을 얻어먹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먼저 내밀어 주는 손이 필요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주면 욕심내서 벌떼처럼 몰려 들거라 생각하는데 그건 착각이에요. 가난한 사람은 체면상 굶어도 안 오려고 해요.”


서영남 씨는 가난한 사람들이 공짜를 좋아하고 악착같이 자기 것을 챙겼다면 왜 가난한 사람이 됐겠느냐면서 “보통 굶어죽지 않을 사람들이 욕심 부리죠”라고 말했다. 


11시가 되자 손님들이 손소독제로 손을 닦고 국수집 안으로 들어섰다. 서영남 씨와 베로니카 씨, 봉사자들이 봉투에 도시락과 간식들을 넣어 살가운 인사와 함께 전해줬다. 손님들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손님들에게는 마스크도 나눠줬다. 


민들레국수집 외에 민들레진료소, 공부방, 희망지원센터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문을 닫은 예정이다. 서영남 씨는 진료소, 공부방 등은 문을 닫아도 문제없지만 밥을 안 먹고는 하루도 못 버틴다면서 가장 중요한 민들레국수집만 남겼다고 설명했다. 


오늘도 돌멩이 스프를 끓입니다.


어느 추운 겨울, 배고픈 거지가 한 줄기 빛을 따라 성당으로 향했다. 거지는 성당지기에게 돌멩이로 스프를 끓이는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듣고 모여든 마을사람들은 나무숟가락, 조미료, 양배추… 다양한 재료를 보탰다. 겨우 돌멩이로 시작한 스프는 사람들이 경탄할 만큼 맛있는 스프가 되었고, 사람들은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며 함께 어울렸다. 


도시락을 시작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민들레국수집으로 초코파이, 컵라면, 김을 보내줬다. 소독약 두 통을 두고 가는 사람도 있다. 서영남 씨는 “제가 돌멩이 스프를 잘 끓여요”라며 미소 지었다.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재료를 하나라도 더 보태고 싶어 한다. 


“민들레국수집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건, 우리가 좋은 마음으로 일을 벌이면 하느님이 알아서 해주신다는 거예요.”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기 전, 서영남 씨는 동인천역 앞에서 어떤 단체가 무료급식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사람을 길게 줄 세워 놓고 또 긴 시간 설교하고 그런 다음에 밥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며 예수님이라면 배고픈 사람들을 어떻게 대접하실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밥보다 사람대접이 우선일 거라는 생각에 사람대접하는 조그만 민들레국수집을 열었다. 


“신자들이 예수님처럼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타인을 위해서 사는 삶, 힘없고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삶이요.”


식당은 좁고 손님들은 전국에서 찾아오는데 줄을 서서 순서대로 밥을 먹으면 늦게 온 손님들은 언제 밥 한 그릇 먹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서영남 씨는 순서를 바꿨다. 제일 배고픈 사람이 먼저 먹는 것이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고마워하며 어느새 줄이 소용없어졌다. 줄을 서지 않아도 모두가 배부르게 된 것이다. 


2003년 민들레국수집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서영남 씨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 공모를 하지 않았다. 부자들이 생색을 내면서 주는 것은 받지 않았고, 국수집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어두고 노숙하는 손님들이 하루 몇 번이고 와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사소하지만 획기적인 원칙들이 코로나 사태에도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국수집만의 특별한 힘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민들레국수집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하자, 서영남 씨는 “그 마음으로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이웃들을 잘 돌봐주면 돼요”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여기서 봉사를 오래 했다기보다는 밥 먹은 지가 오~래 됐지요.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살뜰히 도시락을 점검하는 봉사자는, 알고 보니 민들레국수집에서 밥을 먹던 손님이었다. 그는 “봉사한지 오래된 것이 아니라 여기서 밥 먹은 지 오~래 됐어요”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이들 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이 된 사람이 그나마 쪽방 살이를 하고, 그것마저 없는 사람들이 노숙을 한다고 알려줬다. 


“수급비 50만원 받으면 방값으로 20만원 나가는데 30만원으로 한 달 못 살아요. 그래서 서울에서도 오는 분도 있고, 평택에서도 오는 분도 있고, 여기 오면 늘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멀리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요.”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은 급식소들이 많다보니 민들레국수집을 찾아 멀리서 오는 손님들이 더 많아졌다. 인천 부평역에서 왔다는 손님 한 분은 “여기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어려운데 어쩔 수 없어서 문을 여는 거죠 뭐. 수사님이 그런 거 다 감수하고 도시락 나눠 주는 거예요”라며 멋쩍은 듯 말끝을 흐리며 국수집 근처 전봇대를 서성였다. 


1976년에 천주교 수도원에 들어가서 25년을 살다가 환속한 서영남 씨가 “이제는 수사가 아니에요”라고 열심히 설명해도 국수집 봉사자와 손님들에게 그는 한사코 ‘수사님’이었다. 자신들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호칭을 누가 말린다고 될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각자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이웃들을 잘 돌봐주면 됩니다!


화도진 공원 근처에서 왔다는 손님에게 요즘 끼니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묻자 “오늘 받은 도시락으로 해결해요. 다른 곳 다 문 닫고 저~쪽 제일교회에서는 일요일만 급식을 하고  사발면을 줘요”라고 알려줬다. 민들레국수집 손님들에게는 이곳에서 받은 도시락 꾸러미가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해줄 든든한 식사이자 사랑 그 자체였다. 


“‘노숙자에게 밥만 준다고 모든 게 해결되느냐,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들을 합니다. 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밥은 당연히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도시락은 하루에 한번 아침에 나누어 드리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었다. 평소에도 국수집 운영시간인 오후 5시가 넘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과 같다. 그럴 때면, 서영남 씨는 라면이라도 정성껏 끓여서 대접한다. 시간이 지났다고 그냥 떠나게 한다면 그들은 다음날까지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며 전국을 누빈대도 먹고 사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밥은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진리가 오늘도 변함없이 민들레국수집에 맛있는 밥 냄새를 만드는 동력이었다. 


이 시국에 가난한 이웃이 걱정된다면 서영남 씨의 말을 되새겨보자. “각자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이웃들을 잘 돌봐주면 됩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 우리들 각자 이것만 실천해도 코로나쯤이야 끄떡없이 이겨내고 그 자리에 코로나보다 더 강력한 나눔 바이러스가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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