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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상층부는 썩었다. - 바람소리 30. 조고각하(照顧脚下) 발 아래 쳐다보라
  • 김유철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3-19 15:00:09
  • 수정 2019-03-19 14: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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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수님의 가계도


복음서 저자 중 마태오는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라는 특이한 관점에서 복음을 시작한다. 신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아마도 그가 대상으로 했던 공동체가 팔레스티나 지역에 살던 유대인 그리스도교 신자들이기에 그럴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의 복음서는 이렇게 이어진다. “아브라함은 이사악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았으며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았다.… 이사이는 다윗임금을 낳았다. 다윗은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솔로몬을 낳고…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결국 예수님은 아브라함과 다윗을 직계조상으로 둔 유다지파란 사실에 방점을 둔 이야기다. 이야기인 즉슨 족보 중간에 할아버지들의 바람기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뼈대 있는 집안이란 말이다. 마태오는 분명히 그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였다.


청첩장이 책상에 쌓이는 것을 보면 결혼시즌이 분명하다. 요즘은 사시사철에 걸쳐 결혼을 하지만 그래도 역시 봄이 결혼 성수기다. 올해는 특히나 황금돼지해라 혼기가 찬 사람들은 음력이 다하기전 택일을 하는 모양새다. 주유소 집 딸은 정육점집 아들과 결혼하고, 쌀집 아들은 신발가게 집 딸과 결혼하는 것이 장삼이사들의 풍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신분상승 혹은 인맥 쌓기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고려 때 왕건이 수십 명의 처를 거느린 것은 그의 호색 기질이라기보다 실세 호족과의 화평을 위한 정략이었다. 옛 역사는 21세기 우리 눈앞에서도 품위 있게(?) 진행 중이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친인척 가계도 (사진출처=한겨레)


권력을 쥔 고위 공작자들과 금력을 가진 재벌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회의하는 모습을 세간의 눈으로 보면 그 모임은 ‘대한민국의 앞날’이 아니라 ‘상층부의 앞날’을 위한 가족회의 혹은 사돈회의라고 비웃음거리다. 지나간 정부에서의 일이지만 대통령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사돈이고,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국무총리와 사돈인 때도 있었다. 사실 이런 관계는 비일비재하다. 재벌들은 밤의 대통령인 최대 언론 조중동과 얽히고설킨 사돈지간이다. 정치계와 경제계는 말할 것도 없고 행정, 사법, 입법, 학계가 만나면 서로가 잘 지내는 이유는 그런 연유도 있음직하다. 그들의 ‘좋은 관계’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좋지 않은 관계’이다. 유다지파의 젊은 예수는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마태 3,9)고 말한다.


#2

Rich Together, Rich Korea!


영어로 된 이 말은 한때 국내 금융회사의 구호였다. 당시 세계유일강국으로 추앙받고 있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사람들이 제일 민감해 하는 ‘돈’과 관계되는 불안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도무지 못 알아들을 용어들이 난무했다. 심지어는 일반 시민들이 못알게 듣게 하려는 ‘음모론’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아무리 들어봐도 무언가 안 좋은 경제뉴스임에는 틀림없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둔한 자신의 머리만 탓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재테크’에는 젬병인 어중이떠중이를 위해서 한 금융회사가 일간신문의 전면광고를 통해 말끔히 정리해 주었다. 그런데 그 정리의 마지막은 슬프게도 ‘돈 놓고 돈 먹기’였다.


<미국 금융시장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리먼브러더스는 파산신청, 메릴린치는 매각되었습니다. 이미 JP모건에 매각된 베어스턴스증권을 포함하면, 미국의 5대 메이저 투자은행 중 3곳은 사라지고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두 투자은행만 남게 되었습니다. 은행권도 사정은 비슷하여 미국 지방은행 11군데가 파산하였으며 …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도 “미국은 백년 만에 한번 있을 금융위기에 직면했다. 더 많은 대형 금융기관들도 이번 위기 중에서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여기까지 설명해 주던 광고는 갑자기 본격적 호객행위로 들어간다. <일등기업은 불황을 즐기는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를 즐길 수 있는 일등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미래에 찾아올 엄청난 이익 증가를 그려보며 일등기업과 함께 불황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경험을 통하여 알고 있는 것은 모두가 두려워하고 공포에 쌓여 있을 때가 가장 좋은 투자의 시기라는 점입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현재의 공포를 미래의 기회로 바꾸는 투자의 지혜, 세상의 변화를 축제로 바꾸는 주인공이 되시기 바랍니다.> 좀 묵은 금융광고이지만 현재의 사정도 한 치 다르지 않다,


이 광고는 한마디로 눈앞에 보고 있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으로 가는 발판이란 말이다. 기억하기도 싫은 IMF시절에 “이대로!”를 외치던 사람들이 있었다는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one more time!”을 외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것을 ‘축제’라고 부르니 하느님 맙소사! 이 땅은 멸종된 줄 알았지만 형태를 달리한 공룡들이 소리치는 쥐라기공원이다. 돈에 굶주린 공룡들의 발걸음에 끼어 추락사고, 감전사고, 폭발사고 등 아마도 상상될 수 있는 모든 사고의 형태를 겪으며 숱한 사람들이 밥벌이 현장에서 죽어가고 있다. 언론을 비롯해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안전불감증’을 노상 첫째 원인으로 돌리지만 현장에서 더도 말고 석 달 열흘만 일해보시라. 그 말이 얼마나 허울 좋은 ‘말을 위한 말’이었음임을 알게 될 것이다.


석탄 컨베이어에 끼어 죽은 24살 청년, 프레스에 눌려 죽은 18살 실습생,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끼어서 죽은 19살 청년과 바로 며칠 전 경북도청 공사장에서 추락사한 3명의 노동자들의 한은 우리가 풀어야할 사회적 숙제이다. 밥벌이 터에서 숨져간 그들에게 아직도 이 나라의 노동자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이며 그것이 많다고 사회적 분열까지 토로하고 있는 것이 이른바 OECD 가입국가 중 국내 총생산이 세계 10위 안에 들어가는 나라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러한 통계의 실제는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적용되고 활용되고 누리고 있는 것일까? Rich Together, Rich Korea라고? 눈물이 난다. 아니 진저리쳐진다.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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