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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 바람소리22. 예수의 온유와 겸손은 어디에?
  • 김유철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1-08 11:32:27
  • 수정 2019-01-08 1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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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벌어지는 일


2018년이 벌써 ‘작년’이 되었지만 오늘도 2019라고 적는 글이 어색하다. 곧 익숙해지겠지만 익숙해지는 우리네 삶이 우스꽝스럽다. 그래서 일까? 적응력이 뛰어난 현재의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 즉 ‘현명한 인류’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포유류 중 특수하게 진화된 왕자병적 판단일 수 있다. 아무튼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그것이 적응력인지 체념인지는 모호하지만 일단 넘어가자.


해마다 연말이면 텔레비전에서는 각종 시상식이 쏟아져 방송된다. 지난 연말에도 미처 다 소화낼 수 없이 많은 스타들이 각종 상을 수상하였다. 거대한 자본을 동반한 상업성이 짙게 깔린 일들이지만 개인의 노력이 동반된 일들이니 축하해 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끄는 연말 행사는 언론이 선정하는 국내외 10대 뉴스와 <교수신문>이 선정하는 사자성어이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임중도원(任重道遠)


▲ (사진출처=교수신문)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대학교수들에게 한 해를 사자성어로 풀어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선정위원들이 추천한 사자성어 20여개 중 5개를 골라내고 다시 그중 다수가 선정한 사자성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발표한다. 교수신문은 2018년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지난 연말에 발표했다. 임중도원은 논어 태백편(泰伯篇)에 실린 고사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임중도원을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철학과)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임중도원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해마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사자성어로 표현하지만 그것이 어찌 정치 사회적인 일에만 해당할까 싶다. 우리를 하늘길로 인도하는 천주교회에도 임중도원(任重道遠),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먼 곳’이기는 마냥 같은 형상이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예수는 군중들에게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11,28-30)라고 말했다. 민초들이 힘겹게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예수는 자신의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다며 힘겨운 민초들에게 ‘안심’을 주는 것이 이채롭다.


신학자들이나 교도권을 지닌 권위들은 2000년 동안 다양한 해석으로 예수가 말씀한 ‘멍에’와 ‘짐’을 말했지만 예수는 이 말을 하기 전에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마태11,25)라고 말하며 당신의 ‘온유와 겸손’이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 없음을 전제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민초들에게 그들이 주는 짐은 무겁고 헤어 나올 길 없는 ‘사는 게 죄’일 뿐이다.


2019 한국천주교회를 위하여


지난 연말 교수신문이 교수들을 상대로 부지런히 사자성어를 찾을 무렵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한국천주교회의 2018년을 평가하고 성찰하기 위하여 전국 신자들을 대상으로 ‘2019 한국천주교회의 과제와 전망’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사목연구소는 이 설문조사를 통해서 평신도희년, 생명수호활동, 청년사목과 함께 성체훼손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새로운 전망을 위하여 교회쇄신, 사목구조 변화, 신앙성숙, 이웃사랑, 가정공동체 등에 대한 신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2019 한국천주교회』을 펴냈다.


설문조사에 응한 신자들에게서 나온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에 대하여 개선되어야 할 점’은 곱시어 되새겨야 할 길목이며 하늘에 비춰진 한국천주교회 오늘의 자화상과 같은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교수신문이 선정한 임중도원(任重道遠)과 같은 말이다. 참으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책임(짐)은 무거운데 갈 길은 먼 것’이다.


개선해야 할 ‘첫 번째’ 항목은

무엇인가?


교회 구성원들이 개선해야 할 첫 번째로 오른 항목은 각 교구의 사목교서 맨 앞줄에 새겨놓고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되새겨야 할 내용이다. 주교는 ‘대화와 소통’(59%), 신부는 ‘독선과 권위주의’(73.3%), 수도자는 ‘미성숙한 언행’(42.2%), 평신도는 ‘분파적 모임과 행동’(63.5%), 이 모두는 예수가 말한 ‘온유와 겸손’에서 멀리-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말이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무거운 짐이요 멍에일 수밖에 더 있는가? 2001년 이후 < 교수신문 >이 선정한 사자성어를 다시 되새겨보라. 하늘소리는 어디서든 들린다.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헤어졌다가 만나고 뭉쳤다가 흩어지는 철새들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이 종잡지 못함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다른 무리의 사람을 무조건 배격하는 것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불이 위에 놓이고 연못이 아래에 놓인 모습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는 사람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음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 일을 정당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고 드러낸 모습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서 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다.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물(백성)의 힘으로 배(군주)를 뜨게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2017년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삶·예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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