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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나눔-김혜경] 만들어진 ‘신화’, 원자력
  • 김혜경
  • 등록 2017-08-10 17:01:51
  • 수정 2017-08-11 10:2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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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탈원전이라는 말이 뜨거운 감자중 하나다. ‘원자력’이라고 하면 최첨단 과학의 하이테크놀로지(?)여서 깨끗하고 값도 싼데다 무한정 쓸 수 있는 에너지라는데, 뭐가 문제지? 원자력이 궁금해졌다. 일본의 유명한 시민과학자인 다카기 진자부로는 그런 이미지들이 모두 ‘만들어진 신화’에 불과하단다. 누가, 왜, 그런 신화를 만들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적인 세상은 ‘분자’라는 작은 물질이 기본적인 구성단위인데, 이 분자들이 합쳐지거나 나눠지면서 여러 가지 물질로 변한단다. 이런 변화는 분자를 이루는 원자(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짐)에서 딴딴하고 안정적인 원자핵 주위를 싸고 있는 전자가 갖가지 작용을 하면서 생기는 거란다. 그런데 안정되어 있는 원자핵을 강제로 깨뜨리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나오더라는 거다. 


미국은 나치독일보다 먼저 이 핵분열 반응을 이용한 원자폭탄개발을 서둘러 선점했고 무기화했단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해 제2차 세계대전을 끝장낸 가공할 위력의 원자폭탄이 바로 그 예다. 핵을 개발하는데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미국은 일상생활에 이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해 그 비용을 회수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는 건 어불성설, 정치적인 용어일 뿐이란다. 원자력은 기술적으로 군사용과 상업용으로 나눌 수 없다는 거다. 


▲ 지난 6월 27일, 정부에서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사진출처=JTBC 뉴스룸 갈무리)


원자력은 정말로 안전하고 무한한 에너지원일까? 


원자핵을 인위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면 커다란 에너지뿐 아니라 방사능물질도 많이 나온단다. 방사능물질들은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 여러 가지 방사선을 내뿜는데, 이 방사선들은 단백질 같은 일반적인 화학물질보다 백만 배나 더 큰 에너지를 갖고 있단다. 이런 방사선이 인체를 통과하는 순간, 세포의 기본 구성물질인 단백질 등의 결합이 끊기거나 연결되면서 유전자 배열에 온갖 영향을 주어 기형아가 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거다. 


원전에서 생기는 방사능을 막으려고 나름 다섯 겹으로 꽁꽁 둘러싸는 다중방호시스템을 하고 방어 장치도 철저히 한단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정전이나 원자로 화재, 화산폭발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모든 시스템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거다. 후쿠시마처럼 말이다. 사실 기계시스템을 안전하게 설계했는지 심사한다고 안전이 확보되지도 않고, 완벽한 설계라 해도 설계도 그대로 시공되지도 않는단다. 그래서 1기당 1000년에 한 번만 사고가 난다 쳐도 세계 전체에 400기가 넘는 원자로가 있으니, 평균 2.5년에 한 번씩은 원전사고가 나는 셈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지구상에는 원자력의 원료인 천연우라늄이 무한정 묻혀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또 자연법칙상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무한에너지원’이란 있을 수 없으며, 우리는 그저 어떤 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을 뿐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원자력은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일까?


결국 원자력은 핵폭탄 아니면 전기를 만드는 외에 달리 활용할 방법이 없었단다. 비행기나 자동차, 배에 써보려 했지만 그건 조그만 핵폭탄을 하나씩 싣고 하늘과 거리, 바다를 누비는 꼴이 된다나. 원자력발전은 핵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에도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생명을 파괴하는 방사능폐기물질도 많이 나온다. 이 폐기물은 수백만 년이 지나도 잘 없어지지 않아서 원자로에 가둬둔 채 전기를 만들어야 한단다. 원자력발전은 근본적으로 언제든 대형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거다.


거기다 원자력발전소(사실은 핵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방법은 한심할 만큼 구식이다. 나는 핵이 분열함과 동시에 어떤 첨단 과학의 힘을 이용해 곧바로 휘리릭~ 전기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핵이 분열한다고 곧바로 전기에너지가 되는 게 아니란다. 


우선 핵을 분열시킬 때 생긴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꾼다 -> 그 열로 커다란 솥에 물을 끓인다 -> 물이 끓을 때 나오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 터빈에 연결된 발전기가 돌아가면 그제야 전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석유나 석탄, 가스 같은 천연 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방식과 똑같은 거다. 이렇게 고전적이라니! 또 핵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비율도 고작 30% 정도에 불과하단다. 그러니까 ⅓만 전력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⅔는 그대로 바다에 버려져 바다를 오염시키는 새로운 환경오염원이 된다는 말이다.(p.37-40)


▲ 원자력 발전의 원리. (사진출처=ZUM 학습백과)


거기다 문제는, 원전은 한 번 발전을 시작하면 언제나 24시간 풀가동(!)이란다. 당연히 낮이나 한여름 말고는 전기가 남는다. 그 남아도는 전기로 산꼭대기까지 물을 끌어올렸다가 다시 떨어뜨려 수력발전을 하는 양수발전소라는 걸 짓는다고 한다. 원전 설비에서 전력이 과잉 생산되고→그 잉여전력을 소비하기 위해 전력소비를 촉진하는 사회를 만들면서→전체 전력 소비량이 늘고→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른 방식의 에너지 낭비다. 


또 일본 환경청 자료에 의하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는 산업 > 운수 > 민생 순으로 이 셋이 전체의 85.2%를 차지한단다. 에너지전환 부문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은 6.8%. 그러니 원자력발전 비율이 50% 정도가 되어도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억제하는 효과는 이산화탄소배출량 전체를 놓고 보면 단지 몇 %에 불과한 거다.(p.153) 


그래서 미국은 경제적으로 타산이 맞지 않아 1975년을 경계로 원자력발전을 취소하는 추세란다. 유럽도 미국도 원자력산업은 이미 사양 산업이라는 거다. 일본도 방사성폐기물의 중간저장이나 최종처분비용, 운전유지비, 폐로비용 등을 계산하면 석유화력과 원자력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거대한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방사능, 핵확산이라는 복잡한 문제까지 있어서 결코 깨끗하지도 값싼 에너지도 아니라는 거다.


어쨌든 지역을 발전시키고, 핵연료는 재활용 된다는데?


원자력발전은 전력을 생산해서 먼 도시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사실상 원전이 있는 그 지역의 산업이라든가 고유한 문화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시설이다. 그래도 원자력발전소를 유치하면 일본의 경우 나라에서 고정자산세가 지원되고 어느 정도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란다. 그렇지만 원전자체가 다른 산업을 불러들이거나 현지에 있는 산업을 발전시키는 구조는 아니라는 거다. 


대규모인 원전이 건설되고 나면, 오히려 원래 있던 산업은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어서 지역을 유지하려면 또 다른 원전을 세우게 된단다. 그 탓인지 후쿠시마, 니가타, 후쿠이에 일본 원전의 60%가 몰려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핵연료의 재활용은? 리사이클 공정으로 재활용되는 양은 극히 미량이고 방사능폐기물의 양은 되레 늘기 때문에 방출되는 방사능이 더 많아진단다. 실제로 영국의 재처리공장 주변에서는 소아백혈병과 암 발병이 증가했다고 한다. 


사실 일본의 핵연료 리사이클은 핵무기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 잉여분을 태우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실효성도 없고 비용도 만만찮던 핵연료 재활용은 원자로 법 개정(1999년 12월)으로 유야무야되고 방사능폐기물을 땅에 묻기로 했단다. 그런데 일본은 지진이 잦은 지역이다. 단층도 불안정하고 지하수의 흐름도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 위험한 방사능폐기물을 기껏 깊은 땅속에 파묻는 게 최선이라니. 저자 다카기 진자부로는 이런 핵발전소를 ‘화장실 없는 맨션아파트’라고 비유했다. 


▲ 원자력 발전 후 나온 방사능폐기물이 땅에 묻힌다. (사진출처=영화 ‘핵의 봉인’ 스틸컷)


우리나라의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인 김익중 교수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핵발전소에 대해 다카기 진자부로와 같은 비유를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30년간 유럽에선 원전이 50개 줄고 미국에선 10개가 줄었어요. 앞으로 20년 후에는 적어도 150개 이상의 원전이 줄어들 거예요. 전 세계 전기 생산량에서 원자력이 10%, 재생에너지가 25%인데 이게 해마다 1%씩 늘어서 15년 후에는 재생에너지가 약 40%이상이 된다고 해요. 근데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이 30%이고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1%예요. 재생에너지 세계 꼴찌. 세계 추세하고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어요”⑴


이제 우리도 원자력에 덧씌워놓은 신화들을 걷어내고 그 실체를 잘 살필 때이다. 곧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참여단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논의를 할 텐데,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겨레신문」 2017년 8월 5일, p20-21, <이진순의 열림>, ‘탈핵에너지교수모임 공동대표 김익중’(동국대 의대) 인터뷰 중에서.



[필진정보]
김혜경 : 서강대학교를 졸업했다. 광주문화원 편집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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