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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쉐마 (김유철) 시시한 이야기 61 : 들어라 김유철 2020-08-18 14: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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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유철



오늘의 쉐마



아무도 읽지 않는 시인의 시

나눠 먹을 수 없는 굳어버린 빵

어둑 호수를 지키는 갈라진 손의 어부


그의 말을 읽지 않는 시로 만들었고

그의 몸을 나눌 수 없는 빵으로 만들었으며

그의 존재를 한낮 외딴 호수의 어부로 만든 것은 

바로 너희였다


강은 세례수가 넘실대며 흐르는 곳이고

호수는 하늘의 별들을 받아내는 곳이며

산은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이의 목소리를 들었던 곳이고

들판은 없이 계신 이를 만났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 네가 사는 곳은 어떠한가

이곳이 강이냐 호수냐

이곳이 산이냐 들판이냐

너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금여기는 도대체 어디냐


그가 그 분을 아버지로 불렀던 목소리가

있는 그대로 가슴에 새겨질 시이길

갈라진 세상에서 기쁜 소식이 되길

이내 부서지고 나눠질 빵으로서

삼일 후 새벽 물가에서 다시 만나길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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