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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무덤인들 볕이 안 비치랴 마는 (김유철) 시시한 이야기 36 : 너무 애쓰지 말일 이다. 김유철 2020-02-18 12: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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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란 사람도 살다가 간 인생이다 ⓒ 김유철



누구의 무덤인들 볕이 안 비치랴 마는



‘개구리’라 부르던 친구가 며칠 전 죽었다 그 친구를 친구라 부르는 것은 그야말로 친구가 아니라 오다가다 만난 사이여서 그리 부를 뿐 다른 뜻은 없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친구와 나는 기름밥을 먹었다 기름밥으로 몇 푼 번 돈으로 내가 청소년들과 씨름하는 동안 그 친구는 더 어린 아이들을 모아서 ‘보따리학교’를 열었다 그 학교가 비인가인지 인가인지는 모를 일이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세월이 좀 지나서 그 친구는 지리산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가 닦아놓은 둘레길을 걸었다 조금 더 세월이 지난 후 그 친구는 동학 접주가 되었고 나는 시인 접주가 되었다 세월이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동안 나는 코일을 머릿속에 박았고 그 친구는 지리산이 멀리 보이는 거창 어딘가에서 생을 마감했다 추기경 김수환과 승려 법정이 10여 년 전 세상을 떠났을 때는 죽음이 먼 말 같더니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라 불렀던 친구의 죽음은 가까운 말이 되었다 누구의 무덤인들 볕이 안 비치랴 마는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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