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그릇이 되어 (김유철) 시시한 이야기 35 :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 김유철 2020-02-11 14:12:38
  • 폰트 키우기
  • 폰트 줄이기

▲ 빈자리를 채우는 그릇은 누구의 것인가 ⓒ 김유철


그릇이 되어

-사도행전 9장



파리 떼 앉은 밥그릇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런두런 낯선 목소리를 뒤로 하고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을 그는 되새김질 했다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이 생각났다 

하늘에서 쏟아지던 선명한 빛

그의 둘레에 내리쏟던 빛

그리고, 그 목소리

처음 들었지만 낯익은 그 목소리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던 눈동자

칠흑 같은 어둠의 두려움


사흘이었다

고박 사흘이 지나 한 남자가 다가왔다

두려웠다

배고픔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빛 속에서 울리던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에서 울렸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에게

남자는 보낸 이의 말을 전했다

“내가 선택한 그릇”이란 말이 발밑에 떨어졌다

온 몸이 저릿저릿했다

천둥번개가 등을 후려치는 듯 했다


파리 떼 앉은 밥그릇을 

눈물 흐르는 얼굴에 비볐다

사울은 바오로가 되어 울부짖었다

“예수님은, 

 예수님은,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다”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TAG
관련기사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