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기후위기는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 20일, < 가톨릭기후행동 > 출범 기자회견·미사 문미정 2020-01-21 18:53:23
  • 폰트 키우기
  • 폰트 줄이기



더불어 사는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2016년 영국 기후변화 연구기관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더불어 대한민국을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했다. 한국은 2019년 유엔기후변화총회 기간 중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2020'에서는 61위 중 58위를 하기도 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 가톨릭기후행동 >이 2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정식 출범했다.  



가톨릭기후행동은 출범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는 근본적으로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문제”라며 “현재 우리 세대의 탐욕과 무책임이 미래 세대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없고,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으로 다른 생명체의 삶을 위협하는 것도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톨릭교회 또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가톨릭기후행동 출범 미사에는 기후위기에 문제의식을 느끼며 행동하고자 하는 200여 명의 신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했다. 주례를 맡은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는 오염과 황폐로 상처 난 땅의 외침에 귀를 막고 자연 자원을 파괴하며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다 써버린 우리 인색함의 죄를 뉘우치자고 청했다. 


▲ 가톨릭기후행동 출범 미사가 20일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봉헌됐다. ⓒ 문미정


강우일 주교는 기후 변화에 대해 쓴 한 전문가의 칼럼 이야기를 했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문명들이 화산 분출과 가뭄이란 기후위기를 겪으며 결국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며, 고대 문명은 서로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한 문명이 사라져도 다른 문명은 존속할 수 있었고 새로운 문명이 탄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주의가 장악한 세계는 지구 전체가 하나의 시장으로 엮여있다”고 설명했다.  


아브라함은 우르가 무너질 때 그곳을 떠나 하느님께 의지하며 하란으로, 가나안으로 옮겨갔지만 하나의 문명으로 연결된 지구촌에 사는 우리에게는 떠날 수 있는 땅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는 기후 위기로 목숨을 걸고 망망대해를 건너려는 기후난민들의 행렬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강우일 주교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신년사를 인용하면서, “오늘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아서 나타나는 결과는 우리 자녀, 손자 세대가 겪게 될 것”이라고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와 사회는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의식이나 대응이 아직 초보적 수준이라면서, 시민들이 이러한 문제에 예민해지고 그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기후위기를 알리는 손팻말을 들고 정동, 광화문, 덕수궁 일대를 행진했다. 30년 동안 환경운동을 한 차익수 씨는 “우리가 조금씩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배달부 일을 했을 때, 대부분의 집들이 문을 열면 후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 겨울에는 덥게 살고 한 여름에는 춥게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에 동참하는 일은 자신에게 이득이 생기고 안 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가족을 살리는 일


▲ ⓒ 문미정


프란치스코 재속회원인 우후남 씨는 주위에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우후남 씨도 사람들이 집을 너무 따뜻하게 해놓는 경우가 많다면서, 집 온도를 낮췄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가톨릭기후행동 >은 천주교 30여 개 단체와 300명 이상의 신자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교황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한 기후위기 인식 교육을 하고 함께 연대하며 정책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정부에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국회에는 기후위기에 대처할 특별기구 설치·관련 법안 제정 등을 요구했다. 


▲ ⓒ 문미정


한국 교회에도 기후위기에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가톨릭의 많은 교구와 수도회 재단은 자산의 상당부분을 직접·간접 투자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데, 화석연료투자철회 운동을 통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화석연료 기업과 금융에 투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톨릭 신자들은 정부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정의에 입각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직접적·간접적 정치행동을 통해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기후변화 씨네톡 상영회, 기후행동학교, 전국기후비상행동, 세계청소년결석시위 등을 할 계획이다.


TAG
관련기사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