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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부산교구,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 봉헌 ‘이름을 불러주세요’ 2016-04-14
장영식 edit@catholicpress.kr


▲ 천주교부산교구 수정성당에서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장영식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4월 11일 오후 7시 30분, 천주교부산교구 수정성당에서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추모 미사는 수정성당 조성제 신부의 주례와 천주교부산교구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30여 명의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와 시민들이 수정성당 1층과 2층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렸다. 


이날 추모 미사에서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노우재(미카엘) 신부는 강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몇 차례나 흐느껴 미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 부산가톨릭대학교 노우재 신부는 강론 중에 여러 차례에 걸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쳐야 했다. ⓒ 장영식


▲ 미사에 참석한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평신도와 시민들은 희생자들의 애통함을 함께 느끼며 슬퍼했다. ⓒ 장영식


봉헌 시간에는 성당 벽에 비추어진 아이들의 모습과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노래로 불리워진 윤민석 곡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동영상을 봉헌성가로 대신하였다. 


▲ 추모 미사 중에 봉헌 성가로 윤민석 곡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를 통해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장영식


이날 미사에서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에서 특송으로 준비한 아름다우면서도 슬펐던 ‘알렐루야’를 합창하였고, “나에게 세월호란?” 주제로 고백과 다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추모 미사를 갈무리하면서 참석자들은 모두 천주교사회교리실천네트워크(일명 ‘천사네’)에서 준비한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낭독하면서 다시는 이 땅에서 억울한 죽임이 없도록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기억하고 공감하며 행동할 것을 선언하면서 모든 사람은 존엄에 기초한 사회를 만들 권리가 있음을 선언했다. 


▲ 미사에 참석한 이들은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을 낭독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다짐했다. ⓒ 장영식



다음은 부산교구 노우재(미카엘) 신부의 강론전문이다.



팽목항에는 쇠로 된 녹슨 십자가가 서 있습니다. 십자가 가운데 노란 리본 형상이 달려 있고, 마치 예수님의 죄 명패처럼 세월호 형상이 붙어 있습니다. 그 뒤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 옆으로는 분향소가 세워져 있습니다. 그 안에는 희생자 분들 사진이 모셔져 있습니다. 모두 밝고 환한 생명력이 약동하는 멋진 모습들입니다. 그런데 그 사진들이 영정사진입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 그 참사가 없었다면 이분들은 아마 대학 신입생이 되었을 것이고 내일 모레 투표도 처음 했을 것입니다. 팽목항을 작년에 1학년 신학생들과 함께 방문하였습니다. 희생자 학생들보다 겨우 한 살 많은 신학생들이 헌화를 하고 분향을 하다가 갑자기 컥컥거리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누구보다 생기발랄한 학생들이 기도하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고 바다는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더 안타깝고 더 마음 아팠습니다. 왜 이 아름다운 곳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곳이어야 할까.


희생자 학생분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나 그러고 보니까 나쁜 짓 별로 안 했는데” 고 박수현 학생이 남긴 동영상이었습니다. 왜 나쁜 짓 하지 않은 착하고 예쁜 학생들이 그 참혹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까. 실제 이들은 너무 착한, 지혜롭고 또 의로운 분들이었습니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도 패닉에 빠지거나 먼저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친구들과 농담을 하며 속으로 공포감과 싸웠습니다. 사태를 파악하려 애쓰고, 구명조끼를 찾아 입고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밖에 나간 친구와 선생님을 먼저 걱정했습니다. 왜 이리 멋진 이들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이들이 숨져가야 합니까. 무책임한 어른들은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습니다. 구명조끼를 입으라고도 탈출하라고도 제때 방송하지 않았습니다. 배 안에 아이들이 있다는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참사의 배경에는 촘촘히 결합된 비겁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하고 무능한 행동들이 있습니다. 정부는 낡은 배에 대해 선령규정을 완화했고, 해운사는 이익 때문에 무리한 증개축을 벌였고, 한국선급은 아무런 제동도 걸지 않았습니다. 화물적재기준을 두 배나 초과하여 과적하고, 평형수를 빼내면서 복원력을 약화시키고, 운항관리자는 규정에 따라 규제하지도 않았습니다. 설령 배가 쓰러졌다 해도 선원들이 평소 안전교육을 받고 비상사태에 현명히 대처하고, 구조세력들이 유기적으로 책임을 다했다면, 이런 참사는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이 참사는 소수만의 일탈행위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재물을 사람보다 윗자리에 놓고, 권력을 인간 존엄성보다 앞세우는 우리 사회가 이런 행동들을 묵인하고 부추긴 결과였습니다. 정당한 안전 규정조차 관행, 부패, 권력관계, 이해관계 앞에 무력화 되었습니다. 이런 나쁜 짓들이 하나로 결합하여 세상의 죄가 되었습니다. 세상의 죄 때문에, 나쁜 짓 하지 않은 무고한 이들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엄마, 정말 미안해, 아빠, 미안해” 미안해야 할 사람은 정작 따로 있는데, 왜 이분들이 미안하다 해야 할까요? 이분들은 사랑을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마지막 남긴 말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안함도 알고,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사람이 사과할 줄도 압니다. 소방호스를 던져 많은 이를 구한 김동수님은 말했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 끝까지 그곳에 남아서 학생들을 도와주었다면, 이 길로 나오라고 말만 하였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정말 죽을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 왜 정말 죽을죄를 지은 세력은 뒤에 숨어 있고, 사람을 구한 의로운 이가 대신 사죄를 해야 할까요?  


박지영 승무원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누어 주며 탈출을 도왔습니다. 학생들이 “왜 언니는 안 나가세요?” 하니, “나는 너희들 구하고 나서 나갈게”하며 구조 활동을 하다 결국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그 어머니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딸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 우리 딸 정말 자랑스럽다. 정말 대견하다... 우리 딸은 엄마 맘속에 영원히 같이 있으니까. 사랑하구 사랑한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열여섯 어린 학생 유미지양은 친구들이 살아남도록 도우며 생명을 잃었습니다. 그 어머니가 말합니다. “미지야 엄마한테 태어나줘서 고맙고 엄마 딸이어서 너무 고맙고 엄마한테 그동안 기쁨을 줘서 고마워. 마지막까지 친구들 다 구해서 우리 미지 목숨을 다해서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 


무책임한 어른들의 나쁜 짓이, 죄의 세력이 아름다운 이들을 다 집어 삼킨 듯 보이지만, 죽음보다 더 큰 사랑이 바로 이분들에게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세상의 죄 때문에 고통 받는 이분들이 세상의 죄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죄를 대신 사죄하는 이분들 때문에 세상의 죄는 세상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미사 때마다 부활하신 주님께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십니다. 주님은 편안히 앉아 고개만 까닥거리며 세상의 죄를 없애시지 않았습니다. 당신 스스로 세상의 죄를 덮어쓰고, 당신 스스로 죄가 되어 고통을 겪으며, 당신 스스로 아버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셨습니다. 아무 나쁜 짓 하지 않은 분이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 십자가 위에는 죄인들이 조작해 만든 죄명패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 모든 죄스런 거짓 세력을 이기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셨습니다. 죄와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의 위대함으로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누가 가장 가까이 있을까? 주님과 같이 고난을 겪는 이들입니다. 주님과 같이 고난을 겪는 이들은 주님 안에 있는 이, 주님께서 그들 안에 머무는 이입니다. 이들을 통해서 세상의 죄가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교는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의 신비로 탄생하였습니다. 스승님께서 먼저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기에 교회는, 교회인 우리는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주는 안락함과 재물과 지위, 권력에 너무 젖어버려 그저 제 앞가림 하는 데만 정신 팔려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시대의 십자가입니다. 십자가 아래 교회가 생겨나고 십자가 가운데 교회가 성장합니다. 온갖 거짓 세력이 교회 안에도 기승을 부립니다. 우리 대신 주님과 운명을 같이하는 희생자들을 기억합니다. 우리 대신 세상의 죄를 이겨내는 그분들을 기억합니다. 그분들의 고통은 주님의 고통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과 같은 고난을 겪은 그분들은 주님의 따듯한 사랑의 품 안에 잠들어 있음을 고백합니다. 그분들이 세상의 죄를 드러내고 세속화된 교회에 경종을 울린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주님 안에서 우리 본래의 길, 주님 십자가의 길을 따르며 주님과 함께 고난을 받아들이고 세상의 죄를 없이 하는 주님의 일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시작과 마침이신 주님께서 모든 일을 이루어 주십니다. 생명과 죽음의 주인이신 부활 주님께서 희생자분들에게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주시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필진정보]
장영식 :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다. 전국 밀양사진전 외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했고 사진집 «밀양아리랑»이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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