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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 봉헌 정현숙 수녀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 6일부터 각 교구별 세월호 추모미사 시작 2016-04-08
최진 xlogos21@catholicpress.kr



▲ 6일 오후 7시 의정부2동주교좌의정부성당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를 이기헌 주교와 교구 사제 50여 명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 최진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추모하는 교구별 미사가 예정된 가운데, 의정부교구에서 첫 추모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추모 미사에는 단원고 희생자 박성호 군의 이모인 정현숙 수녀(예수 수도회)가 참석해 참사 당시를 회상하며 신자들과 아픔을 나눴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둔 6일 오후 7시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2동 주교좌의정부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나는 너를 잊지 않으리라’(이사야 44:21)는 성경 구절을 주제로 봉헌된 이 날 미사는 이기헌 주교(의정부 교구장)와 교구 사제 50여 명이 공동으로 집전했으며, 평신도와 수도자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를 주례한 이기헌 주교는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커녕 세월호 사건이 무관심과 망각 속에 묻혀버리는 것 같다”며 “295명의 무고한 희생자들이 하느님 품 안에서 부활의 삶을 살길 기도하며, 정부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무관심이란 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기억의 그리스도교 신앙, 희생자 가족들과 연대해야”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상지종 신부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추모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지만, 가족의 시신조차 품을 수 없는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사람이 죽은 뒤 그 날짜가 해마다 돌아오는 횟수를 나타내는 말인 ‘주기’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도 없다”며 “하루빨리 미수습자 가족들이 유가족이 될 수 있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상 신부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들의 이름을 모두 부르며 “차가운 바닷속에서 2년을 머물렀기에 몸에 무엇 하나 제대로 남아있지 않겠지만, 아주 작은 일부만이라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 등 희생자 가족들의 염원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랐다. 


▲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상지종 신부는 신앙인들이 이 시대의 가장 아픈 사람들인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추모 미사의 주제 성구인 ‘나는 너를 잊지 않으리라’는 성경 말씀을 통해 천주교 신앙 안에서 기억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느님은 ‘잊지 않으시는 분’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하느님처럼 기억하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기억의 신앙이다. 우리는 미사 안에서 2000년 전 최후의 만찬을 단지 상징적으로가 아니라 실제로 거행하고, 현실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걷고 부활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서 예수님과 함께하며, 기억은 예수님과 함께하기 위한 탁월한 길이다” 


상 신부는 신앙인들이 이 시대의 가장 아픈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 어린 호소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언론이 진실을 감추고 많은 이들이 현실에 안주하려고 참사의 기억을 외면하지만, 신앙인들은 기억을 통해 희생자 가족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통해, 신앙인들이 착한 사마리아 인으로서 세월호 가족의 이웃이 되자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 진실을 덮으려는 어둠의 세력에 맞설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참사 이전과 달라진 것 없는 교회”


미사 후 희생자 박성호 군의 이모인 정현숙 수녀가 제대에 올라 수도자이면서 희생자 가족인 자신이 겪었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박성호 군은 천주교 수원교구 예비신학생이었지만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사제를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정 수녀는 참사가 일어났을 때 박성호 군을 구하기 위한 가족들의 안타까운 노력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는 그에게 “쓰나미가 밀려와서 소중한 모든 것을 다 쓸어간 느낌”이었으며,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교회의 민낯을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이날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박성호 군의 이모인 정현숙 수녀가 유가족으로서 겪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 최진


특히 정부가 희생자 가족들에게 폭력적인 대처를 하고, 언론이 참사 내용을 왜곡하는 등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났지만, 참사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교회의 태도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교회는 저에게 너무 안일하게 느껴졌다. 무관심하고 소극적으로 느껴졌고 생명력 없는 박제와 같이 느껴졌다. 성경의 말씀은 그저 인쇄된 글자에 지나지 않는 공허함으로 다가왔으며, 가르치는 것과 삶의 괴리가 크게 다가왔다” 


‘성호 군이 천국에서 하느님과 잘 있을 것’이라는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고 정 수녀는 말했다. 오히려 젊은 엄마와 어린아이가 함께 있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이 하느님의 축복이고 천국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수녀는 “이 땅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 비통한 마음을 어찌 값으로 계산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이다. 세월호 참사를 당한 모든 사람은 그때부터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희생자 가족들이 삭발과 단식을 하며 전국을 떠도는 상황을 곁에서 지켜본 정 수녀는 희생자 가족들과 더욱 함께할 수 있도록 수도회에 청원했고, 현재는 안산에서 유가족과 희생자 친구들을 만나는 소임을 하고 있다.


▲ 6일을 시작으로 각 교구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미사가 봉헌된다. ⓒ 최진


그는 “불행하게 죽은 아이들이 아닌, 처참한 죽임을 당한 아이들이 아닌, 세상을 정화하는 빛과 소금이 되도록 우리 아이들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땅에서 아이들과 희생자들을 죽음에서 부활시키는 것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라며 “다시금 2년 전 참사가 일어났을 당시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다시는 이런 불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사를 시작으로 각 교구에서는 16일까지 세월호 참사 추모 미사가 이어진다. 7일에는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수원교구가, 11일에는 정의구현사제단(서울 광화문광장)과 부산·마산교구가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서울과 대전교구는 15일 각 주교좌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며, 세월호 참사 2주기 당일에는 인천(답동)과 광주교구(진도 팽목항)가 추모 미사를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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